불붙는 콘텐츠 싸움…웨이브 Vs. 티빙 '판정승' 누구?
입력 : 2023.04.07 08:22:04
제목 : 불붙는 콘텐츠 싸움…웨이브 Vs. 티빙 '판정승' 누구?
SK - CJ 그룹간 '속빈' 자존심 대결…킬러 콘텐츠 부재에 곤혹[톱데일리] 넷플릭스의 성공 신화를 목표로 국내 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콘텐츠웨이브(이하 웨이브)와 티빙의 콘텐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점점 불어나는 콘텐츠 제작 부담에도 '킬러 콘텐츠' 부재로 인해, 서로 출혈만 커지는 대결 구도를 바라보는 관련 업계의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OTT 대표 기업 웨이브와 티빙은 모두 적자폭을 키우며 재무 부담이 커졌다. 웨이브는 지난해 영업손실 1217억원으로 전년(558억원) 대비 2배가 넘는 적자폭이 발생했다. 티빙 또한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전년 762억원에서 1192억원으로 56.3% 급등했다.
콘텐츠 투자 강화에 따른 결과다. 웨이브의 지난해 영업비용(3952억원) 중 콘텐츠원가에 들어간 비용이 전년(1452억원)보다 45.4% 늘어난 2111억원으로 가장 컸다. 티빙도 영업비용(3667억원) 중에서 관련 비용이 1169억원으로 전년(707억원)보다 65.4% 늘며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웨이브는 지난해에만 콘텐츠 관련 판권에서 738억원, 영업권에선 25억원의 상각비가 발생했다. 콘텐츠 투자 확대로 해당 항목에서만 전년 대비 50% 이상 상각 부담이 커졌다. 티빙도 1404억원의 무형자산 상각비가 발생했는데 이중 판권에서만 98.8%인 1387억원이 빠져나갔다.
양사간 출혈 경쟁도 재무 부담을 늘리는 요소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티빙이 연간 이용권을 41%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자, 웨이브도 곧 이어 1년 구독 시 5개월 할인 이벤트를 열었다. 웨이브는 지난 2월에도 프리미엄 이용권 33%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과도한 경쟁 구도 속, 콘텐츠 제작비 상승과 OTT 시장 위축도 양사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콘텐츠 제작 업계에 따르면 5년여 전만 해도 100억원대 제작비면 대작 축에 속했지만 최근엔 400억원 이상 투입된 초대형 드라마 제작이 잇따르는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며 OTT 시장은 점차 위축되는 추세다.
올해도 양사간 콘텐츠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웨이브는 2019년 출범 당시 올해까지 3000억원 규모의 제작 투자를 비롯해 2025년 1조원 투자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티빙도 올해까지 콘텐츠 제작 등에 4000억원을 쏟아붓는다는 계획 발표와 함께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당초 목표했던 투자 계획은 출범 당시 OTT 시장 현황을 반영한 건데 지금은 제작 목표 비용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목표 달성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기존에 계획했던 콘텐츠 편 수나 규모에 비해 비용을 더 써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OTT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이 불거진 것은 넷플릭스가 2016년 국내 진출 이후 '킹덤', '옥자'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흥행을 일으키면서 부터다. 넷플릭스는 지난해까지 '오징어게임', '지옥', '수리남', '더 글로리' 등의 작품 성공으로 자체 제작 콘텐츠 역량이 OTT 시장 성공의 핵심 지표가 됐다.
반대로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 기업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화제가 된 넷플릭스 '더 글로리',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등 글로벌 강자들의 콘텐츠에 비해선 가입자를 폭발적으로 끌어들일 만한 '킬러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웨이브는 지난해 '트레이서' 시리즈를 시작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줄지어 선보였지만 '약한영웅: 클래스 1' 외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티빙도 지난해 과거 '그린라이트'로 흥행했던 예능 '마녀사냥'과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 등 기존 안정적인 지적재산권(IP) 활용에 의존하는 모습이었다.
현재로선 콘텐츠에 기반한 고객 확보 성과는 티빙이 앞선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의 맹렬한 공세 속에서도 지난해 티빙 이용자는 유독 크게 늘었다. KT시즌을 통합하면서 고객 유입 등 효과에 힘입어 웨이브를 따돌리기까지 했다. 현재 웨이브는 후발주자 쿠팡플레이에게도 순위가 밀려난 상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2월 OTT별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 1151만명, 티빙 475만명, 쿠팡플레이 401만명, 웨이브 376만명이었다. 티빙의 KT시즌 합병설이 불거지던 지난해 6월만 해도 웨이브는 423만명으로 국산 1위 플랫폼 자리를 지켜왔다. 당시 티빙은 401만명, 시즌은 156만명이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투자가 소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넷플릭스도 콘텐츠를 계속 만들면서 급성장하는 데 10년 이상 걸렸다"며 "국내 OTT 시장도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투자 활성화와 콘텐츠 제작을 계속하면서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간 경쟁은 SK그룹과 CJ그룹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지난해 티빙의 매출 성장에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이 293억원 상당 기여했다. CJ ENM 채널 tvN, Mnet, OCN 등의 콘텐츠가 해당한다. 웨이브도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최대주주 SK스퀘어 등을 통해 지난해 208억원의 내부거래 지원을 받았다.
현재 웨이브는 SK스퀘어(구 SK텔레콤)이 37.46%, 한국가스공사와 KBS, MBC, SBS가 각각 20.24%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 티빙은 2020년 분사 이후 CJ ENM(48.85%), KT스튜디오(13.54%), SLL중앙(구 JTBC스튜디오)(12.75%), 네이버(10.66%) 등 지분율로 구성돼 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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