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위기' 11번가, 거세지는 유동성 압박

입력 : 2023.04.07 13:01:27
제목 : '고사위기' 11번가, 거세지는 유동성 압박
사업 부진에 바닥 보이는 현금…출범 당시 5000억 넘던 현금성자산→작년 945억으로

[톱데일리] 새벽신선배송, 아마존과의 협업, SKT 구독형 서비스 '우주패스' 연동,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배달업체 지분투자, 상품 직매입을 통한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 배송'까지.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십일번가)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꺼냈던 카드들이다. 이커머스 기업이 생각할 수 있는 사실상의 모든 경쟁력 제고 방안을 구사한 셈이다. 하지만 11번가의 수익성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재무상태를 살펴보면 11번가가 올 한 해를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해 15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11번가 SK 분할출범전년 영업손실 694억원 대비 2배 이상 적자폭이 커졌다. 같은기간 유동자산규모는 8152억원에서 6112억원으로 줄었다.

6000억원 넘는 유동자산은 사업을 영위하기 충분한 규모의 유동성을 담보하는 듯 보이지만 계정 성격을 따져보면 11번가가 마주한 재무압박이 그렇게 녹록지 않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유동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나타내는 것은 4009억원 규모의 미수금이다. 이커머스 기업의 미수금 계정은 대부분 카드관련 채권으로 구성된다. 단번에 미수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성격이란 뜻이다. 11번가의 미수금은 2020년 3960억원, 2021년 4870억원, 2022년 4009억원으로 매년 4000억원 안팎의 규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1번가의 현금성자산은 945억원에 불과하다. 전년 약 2882억원 대비 67%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1번가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약 1570억원이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약 1890억원을 나타냈다. 사업에서 큰 적자가 나자 보유 중이던 금융상품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한 형국이다.

지난 2018년 11번가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부터 약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 해 11번가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506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11번가는 2019년 한 해 1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을 제외하곤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그 결과 유동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9년 11번가가 적자에서 탈피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직매입 사업 철수에 따른 영업비용 감축이 주효했다. 11번가가 직매입에서 손을 뺄 수 있었던 자신감을 제공한 건 신선식품 배송업체 헬로네이처였다. 지난 2018년 BGF리테일이 유상증자를 통해 헬로네이처 지분 절반을 가져가면서 이 회사는 11번가와 BGF리테일의 조인트벤처(JV)로 변모했다. 유통 분야 강점이 있는 BGF리테일과 정보기술(IT) 서비스에서 앞서 있는 11번가가 협업해 헬로네이처에서 시너지 효과를 모색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헬로네이처는 쿠팡, 쓱닥컴, 롯데온 등 거대 유통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했고, 여기에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신흥 강자까지 시장에 진입하면서 헬로네이처의 입지는 점점 축소됐다. 헬로네이처의 적자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지난해 상반기 11번가는 헬로네이처 지분을 전량 BGF리테일 측에 처분했다. JV를 통해 배송역량을 벌충한다는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헬로네이처와 관계가 단절된 직후 11번가는 직매입 기반의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약 5년 만에 직매입으로 11번가가 회귀한 모습이다.

직매입 서비스가 지난해 11번가의 적자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된다. 직매입 서비스를 위해 상품및기타구입비용이 176억원에서 2890억원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영업비용은 6308억원에서 9405억원으로 50%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영업비용이 3097억원 증가하는 동안 매출은 2276억원 늘었다. 매출보다 영업손실이 더 커졌다는 건 11번가가 수지가 맞지 않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직매입 서비스로 인해 11번가의 창고비용 부담도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11번가의 사용권 자산 취득원가는 전년 380억원에서 지난해 931억원으로 2.4배 늘었다. 사용권자산 규모는 창고임대 등 계약총액으로 볼 수 있으며 실제 비용 지출에 상당하는 사용권자산을 상각하게 된다. 지난해 11번가는 사용권자산 338억원을 상각했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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