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IPO '안갯속'…3조 밸류 가능한가

입력 : 2023.04.10 17:19:21
제목 : 11번가, IPO '안갯속'…3조 밸류 가능한가
원금+IRR 3.5% 조건으로 H&Q컨소시엄 투자 유치 상장 전제 조건 RCPS→보통주 전환도 아직

[톱데일리] 온라인 쇼핑몰 '11번가'가 H&Q컨소시엄과 약속한 기업공개(IPO) 기한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예비심사(이하 예심) 청구를 넣어도 기한 내 IPO를 끝마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시점인데 상장을 위한 투자계약 상 전제조건도 아직 충족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11번가와 모회사 SK스퀘어의 재무 여력을 따져보면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사용해 H&Q컨소시엄의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법도 실행하기 녹록지 않다. 11번가 매각 가능성에 힘이 쏠리는 배경이다.

10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2018년 H&Q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오는 9월말까지 상장을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거래소 상장예비심사에는 통상 2개월(영업일 45일) 안팎이 소요된다. 이후 증권신고서 제출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절차를 진행한다. 적어도 이달까지는 11번가가 예심을 청구해야 약속된 기한 내에 상장을 끝마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1번가가 예심 청구를 넣기 전 H&Q컨소시엄이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통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11번가의 상장은 H&Q컨소시엄이 RCPS를 '합리적 시점'에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심사 과정에서 주식 변동이 발생할 시 상장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 시점이란 예심 청구 이전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11번가 2대 주주인 H&Q컨소시엄 산하 특수목적법인(SPC) 나일홀딩스는 11번가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약속한 상장 기한이 다가옴에도 H&Q컨소시엄이 보통주 전환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저조한 11번가 실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11번가는 영업손실 1515억원과 당기순손실 1038억원을 기록했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비교기업가치평가법인 주가수익비율(PER)로는 몸값을 도출해내기 어렵다. 11번가 매출이 전년대비 40% 가량 성장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H&Q컨소시엄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라고 보긴 어렵다. 최근 고금리 상황으로 인해 주가매출비율(PSR) 등 매출 기반의 비교가치평가법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IPO 시장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매출 확대와 IPO 성공률 사이의 상관관계가 희박해진 모습이다.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당초 H&Q컨소시엄에게 부여됐던 투자자 보호조항은 대부분 효력을 잃게 된다. 우리나라 법은 주주평등 원칙에 따라 특권 있는 보통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H&Q컨소시엄으로선 11번가의 상장이 확실시되지 않는다면 보통주 대신 RCPS를 유지하는 편이 유리한 셈이다.

11번가가 설령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H&Q컨소시엄과 약속한 수익을 돌려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1번가가 H&Q에 약속한 수익률은 내부수익률(IRR) 기준 3.5% 이상이다. H&Q컨소시엄의 11번가 투자금은 약 5000억원이며, 현재까지 현금배당을 통해 ▲2019년 50억원 ▲2020년 250억원 ▲2021년 50억원 ▲2022년 50억원 등 총 400억원을 받았다. 올해 11번가가 상장한다고 가정할 시 H&Q컨소시엄이 IRR 3.5%를 충족시키려면 보유 중인 지분 18.18%를 매도해 약 5500억원을 회수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경우 11번가의 목표시가총액은 최소 3조원으로 계산된다.

약속된 기한까지 상장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11번가는 투자 원금에 IRR 3.5%를 더한 가격에 H&Q컨소시엄 보유 지분을 거둬들이는 콜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 콜옵션은 상장기한으로부터 2개월이 지나는 오는 11월부터 발동 가능하다. 그러나 콜옵션 실행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11번가가 보유한 현금성자산 규모가 945억원으로, H&Q컨소시엄 투자금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모회사 SK스퀘어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11번가에 상환금을 지원해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공산이 크지 않은 안이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SK스퀘어의 현금성 자산은 1880억원 정도였다.

최근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11번가 매각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 방법이 묘연해진 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 박 부회장은 11번가 매각설이 수면 위로 부상할 때 마다 '매각 불가' 입장을 내비쳤지만, 최근 들어 '11번가 투자자를 찾고 있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H&Q컨소시엄은 대주주가 자신의 일정 지분 이상을 팔 때 2대 주주도 동일 조건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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