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분 1% 사놓고 “배당 늘려라”…행동주의펀드에 공격받는 이 회사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우수민 기자(rsvp@mk.co.kr), 오대석 기자(ods1@mk.co.kr)

입력 : 2024.10.18 15:38:29 I 수정 : 2024.10.18 18:18:54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상장사인 두산밥캣 지분 1% 가량을 확보한후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주총을 염두에둔 행보로 보인다. 국내 상법에 따르면 6개월 전부터 의결권 있는 상장회사 주식 1% 이상을 가진 주주는 주총서 주주제안권 행사가 가능하다.

얼라인파트너스 외에도 최근 KT&G와 SK스퀘어 등 기업들에 대한 행동주의펀드들의 공세가 강해진 가운데 내년 주총을 앞두고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18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들어 약 4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1% 넘는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얼라인측은 최근 두산밥캣측에 주주서한을 보내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등을 위한 조치들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의 사업재편 추진 과정에서 두산밥캣 주주들이 소외 되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먼저 이번 주주서한에는 최근 두산그룹 사업재편 추진 과정서 문제됐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간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재추진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회사측이 천명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시장에서 두산측이 향후 사업재편이 마무리된후 상황을 봐가며 두산 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간 합병을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설들이 제기되는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이번 서한에는 얼라인측은 두산측이 당초 밥캣과 로보틱스간 합병 추진과정서 매수청구권으로 사용하려던 1조5000억원가량을 주주환원용으로 사용하라는 요구도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회사측이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으나 가용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주주환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현재 20% 수준인 주주환원율을 글로벌 동종업계 수준인 65% 가량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주서한에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추진 과정에서 이사회 독립성을 의심할만한 부분들이 드러난 만큼 전체주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독립적 이사회 구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있는 방법을 회사측이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두산밥캣은 외국인지분율이 36%대 달한다는 점에서 향후 주총서 얼라인측이 얼마나 많은 주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에 대해 얼라인측은 “확인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두산밥캣의 주가는 6.97% 오른 4만3000원으로 마감됐다.

한편 두산 그룹은 최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계획을 철회하고, 두산로보틱스를 독립시킨 채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중이다.

당초 합병 계획에 대한 소액주주의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정정 신고서 요구 등 압박으로 논란이 일자 이를 수정하고 나선 것이다.

두산그룹은 사업재편과 관련해 이르면 내주중 구체적인 추진 방안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산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언급하며, “주주가치 환원 기조에 맞춰 수정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힌바 있다.

얼라인은 글로벌 사모펀드 KKR 출신 이창환 대표가 2021년 설립한 자산운용사다.

소액주주 권리의식이 미약했던 국내 자본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이루며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통해 일부 제왕적 오너 경영에 실질적인 균열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면서다.

가장 먼저 이름을 알린 사례는 2021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행동주의 캠페인이다.

얼라인은 당시 에스엠 소수지분을 확보한 후 에스엠 매출 6%를 가져가던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종결시켰다. 이후 이 전 총괄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데도 성공했다.

올해초에는 2대주주(지분율 14.04%)로 있는 JB금융지주에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입성 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금융지주 역사상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를 선임한 첫 사례였다.

이런 가운데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 공세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상법은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 안건을 이사에게 제안할 수 있는 주주제안을 인정하고 있다. 6개월 전부터 발행주식 1% 이상 지분을 보유할 경우 행사가 가능하다.

지난 16일에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털이 SK하이닉스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지분 1% 이상을 확보했다는 점이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이번 지분 확보로 팰리서는 SK스퀘어 10대주주로 부상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위한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가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은 약 27조원 수준인 데 반해, SK스퀘어 시가총액은 약 12조원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4일에는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KT&G 이사회에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 지분 100%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FCP는 인삼공사가 담배회사 100% 자회사로 있는 탓에 그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2022년부터 분리상장을 제안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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