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조6000억 빼먹고 보자”…혈세 빨아먹는 유령연구소, 도대체 몇개야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입력 : 2024.10.18 18:32:33 I 수정 : 2024.10.18 21:05:18
일단 인정 후 연구개발 ‘사후검증’
41명이 4만개 달하는 연구소 조사
문제 발견되도 재설립하면 그만
정부·부실연구소 ‘술래잡기’ 반복에
‘절세’ 앞세운 불법 R&D컨설팅도 기승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내 A사는 기업 부설연구소를 설립한 후 연구개발(R&D) 명분으로 정부로부터 수천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았다. 이후 제대로 된 R&D 활동없이 타사의 특허내용을 그대로 베껴 연구증빙자료로 제출하다 적발됐다. 해당 자료에는 특허출원자도 밝히지 않았고, 내용도 학회지의 소논문을 단순 인용한 것에 불과했다. 연구와 직접 관련없는 인사를 연구원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 연구소에 대한 인정을 취소하고, 국세청은 A사로부터 공제세액을 환수했다.

이처럼 연구개발(R&D)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세금만 빼먹는 이른바 ‘유령 연구소’가 최소 3000곳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를 통해 파악한 결과 9월말 현재 4만3120개의 기업부설연구소가 정부 인정을 받아 활동 중인데, 인정기관에 R&D 결과물을 제출하지 않은 곳이 8월까지 2892곳에 달했다. 이는 지난 해 8월까지 R&D 결과물을 제출하지 않은 곳 1642곳보다 1200여 곳이 늘어난 수치다.

연구소가 부당하게 공제받은 세액을 국세청이 추징한 사례도 2021년 155건에서 지난 해 771건으로 5배 늘었다. 같은 기간 추징금액은 27억원에서 144억원으로 5.3배 증가했다.

문제는 이같은 부정행위가 빙산에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2021년부터 지난 9월까지 R&D 활동이 없거나 허위 신고한 사실이 적발돼 기업 부설연구소 인정이 취소된 곳이 1만9724개소에 달한다. 그리고 같은 기간 신규 인정받은 기업 부설연구소는 2만688곳이었다. 매년 5000개 안팎의 기업 부설연구소가 새로 생기고, 비슷한 수의 연구소가 자격이 박탈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유령 연구소가 계속 생겨나는 것은 R&D 활동을 빌미로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세제혜택은 큰 반면 단속의 손길은 제대로 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부설연구소를 관리하는 산기협 내 인원은 모두 41명으로 이들이 전국 2만여 곳을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문제가 발견돼 연구소 인정이 취소되더라도 1년만 지나면 재설립이 가능해 유령 연구소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정우성 포스텍 교수는 “R&D 관련 기업의 조세감면을 대학 등 공공 R&D와의 협력 연구에 가중치를 두는 방향으로 개선해 실질적으로 R&D 활동을 하지 않는 유령 연구소들을 걸러내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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