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선진국은 이뤘다...이젠 문화예술 키울 때”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입력 : 2024.10.27 14:03:05
이주열 국립극단 후원회장
韓銀 총재 퇴임 후 첫 행보
“순수예술 지원해야 문화 강국
연극에 노벨상급 성과 없는 건
연극계 재정 지원 부족한 탓”


국립극단의 초대 후원회장을 맡은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 이충우 기자


“한국은 선진국으로 분류될 만큼 경제 성장을 이뤘고 이제는 문화의 수준을 끌어올릴 때입니다. 공직 생활을 끝낸 뒤에도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발전에 봉사할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낍니다.”

국립극단의 초대 후원회장을 맡은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72)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혔다. 그가 한은 총재 퇴임 후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진행된 ‘국립극단 후원회의 밤’ 행사에서 이 회장은 “1950년 창단된 국립극단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 예술단체이고 한국의 문화예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며 “세계에서 사랑받는 한류 문화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립극단처럼 순수예술을 하는 단체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극단의 초대 후원회장을 맡은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 이충우 기자


이 회장은 국립극단의 후원금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극단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관심을 높이고 회원을 늘려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후원회의 임무는 국립극단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극단의 경영진과 단원들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훌륭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2022년 한은에서 퇴임한 이 회장은 2014년 총재에 임명된 뒤 2018년 재임명되며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총재직을 연임했다. 임기 중 중앙은행의 지상 목표인 물가 관리를 안정적으로 해내고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한·캐나다, 한·스위스 통화스와프 체결을 이끌어 외환 시장을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경제 위기 때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5%로 내리고 금융중개지원대출(한은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저리로 자금을 제공하는 정책) 한도를 확대하는 등 과감한 통화정책으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국립극단의 초대 후원회장을 맡은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 이충우 기자


이 회장은 한은 퇴임 후 여행과 운동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통화정책과 직접적 관련이 없어 접촉이 적었던 개별 산업들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40년간 매크로(거시경제) 업무만 해왔다보니 마이크로(미시경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AI 등 새로운 산업의 생태계와 트렌드를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연극을 보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영혼을 살찌워왔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 중반에는 학교마다 연극 동아리들이 공연을 했고 집사람과 데이트를 할 때도 연극을 봤다”며 “요즘도 가끔 딸아이와 극장에 가곤 한다. 연극을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순수예술에 대한 선망이 가슴 속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극단의 초대 후원회장을 맡은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 이충우 기자


이 회장은 상업성을 추구하지 않는 순수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작품을 많이 무대에 올리고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연극계의 자생력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K팝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에서 인기를 얻었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등 순수예술에서도 성과가 나왔지만 연극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도약이 없었던 것은 재정적 이유가 크다”며 “재정 지원이 이뤄지면 좋은 작품과 예술가가 나오고 국민의 정신도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국립극단 초대 후원회장(전 한국은행 총재)이 25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국립극단 후원의 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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