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대통령 온다" 가상화폐 ETF 후끈

권오균 기자(592kwon@mk.co.kr)

입력 : 2024.11.17 17:52:24 I 수정 : 2024.11.17 19:36:45
트럼프發 규제완화 정책 기대
서학개미도 코인 상승장 참전
가상화폐 ETF 1200억원 베팅
美 ETF 옵션상품도 승인 주목






트럼프 당선 효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금이 쇄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 '크립토(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한때 가상화폐 산업을 '사기'라고 비난했던 그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상화폐 규제 완화와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등을 공약했다. 또 가상화폐 규제에 앞장섰던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했다.

미 대선 이후 비트코인의 일일 거래량은 급증했다.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인 8일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량은 18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대선 이전과 비교했을 때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상화폐 ETF 가격도 상승 중이다. 대표적 비트코인 ETF인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대선 직전일인 4일 대비 35.36% 상승했다. '프로셰어스 비트코인 ETF(BITO)'와 '반에크 비트코인 ETF(VBTC)'도 각각 36.09%, 20.29% 올랐다. 이더리움 현물 ETF인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트러스트 ETF(ETHE)'는 같은 기간 27.65% 치솟았다.

서학개미도 코인 상승장에 동참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16일부터 11월 15일까지 최근 한 달간 이더리움 2배 레버리지 상품인 '2X 이더 ETF'를 4391만달러(약 613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2배 추종 레버리지 상품인 '프로셰어스 울트라 비트코인 ETF'를 4223만달러(약 589억원) 사들이기도 했다. 이 기간 미국 기술주에 투자하는 대표 상품인 '인베스코 나스닥 100 ETF(QQQM)'에 유입된 1851만달러(약 258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가상화폐업계는 지난 3월 비트코인 채굴량이 4년마다 절반씩 줄어드는 이른바 반감기 효과에 이어 비트코인 현물 ETF로의 자금 유입과 차기 미국 정부의 친가상화폐 정책에 기대를 하고 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가시화하면서 다른 국가들이 비트코인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바이낸스에 따르면 16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비트코인(BTC) 현물 ETF 옵션 거래를 승인했다. 현물 ETF에 이어 현물 ETF 옵션 거래가 승인을 받음에 따라 더 많은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받게 될 전망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낙관론도 확산되고 있다.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5년 뒤 비트코인이 50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우드는 1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앞으로 5년간 현재 가치 대비 600% 이상의 상승을 이뤄 2030년에 50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대안 화폐인데, 기축통화국인 미국 정부의 틀 안에 갇히는 게 맞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김상윤 중앙대 연구교수는 "미국 수장이 바뀌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은 비트코인 창시자의 의도와 다른 흐름"이라며 "국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는 비트코인은 대안 화폐를 지향하는데, 미국 정부의 입김으로 인한 단기적 급등은 장기적 관점에서 우려스럽다"고 경고했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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