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가의 자성...“편견 버리고 남 탓하지 말자”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입력 : 2024.12.20 06:30:00
도드람·선진 주최 ‘한돈 심포지엄’서
네덜란드 WAAM교육 참여 농장주가
‘한돈 경쟁력위해 버려야 할 5가지’발표
네덜란드·덴마크 등 연수 경험도 공유


도드람양돈농협과 (주)선진은 19일 서울 강동구 도드람타워에서 ‘한돈산업에 혁신을 불어넣다; 글로벌 양돈산업 트렌드와 한국 양돈농가의 도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자존심과 편견, 걱정을 버리고, 절대 남 탓도 하지 맙시다.”

양돈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농장주들이 옛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양돈업계 내부에서 나왔다.

도드람양돈농협과 (주)선진이 19일 서울 강동구 도드람타워에서 공동 주최한 ‘한돈 심포지엄’에서다.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가 진행한 이번 심포지엄은 ‘한돈 산업에 혁신을 불어넣다; 글로벌 양돈산업 트렌드와 한국 양돈농가의 도전’을 주제로 열렸다.

‘한돈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위해 버려야 할 5가지’를 주제로 발표한 대한한돈협회 진안지부장 김송규 송원농장 대표는 “자존심과 편견, 걱정을 버리고 남 탓을 하지 말 것이며,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서 우리 모두 벗어나자”고 제안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돈 심포지엄에 참석한 주요 내빈과 발표자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발표는 한국벤처농업대학이 세계 최고의 농업대학인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바헤닝언 마스터 클래스(WAAM)’ 학생들 중심으로 이뤄졌다. WAAM은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와 김창길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장기윤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등 농식품 전문가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양돈 마이스터 등 한돈 농장주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송규 대표는 WAAM 제4기생으로 다음달 1년간의 과정을 수료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네덜란드와 독일 현지 연수를 다녀온 뒤 현지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이번 발표 내용을 가다듬었다.

김 대표는 버려야 할 5가지와 관련해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항상 배움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 만큼 자존심을 버려야 하며, 뭔가를 배울 때도 ‘과거에 해봤는데 별로였다’든가 ‘해봐도 잘 안됐어’식의 편견을 버리고 하나씩 배워가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질 것 같아 노심초사하는 등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많은 농장주들이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나 조합, 고객 탓을 하는 수가 많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강해지려는 노력을 하자”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뿐만 아니라 양돈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혁신 사례를 배우고 트렌드 변화를 읽으려는 노력을 통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광욱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장이 한돈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광욱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장은 주제발표가 이뤄지기 전 개회사를 통해 “이제 양돈산업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과 질병 관리, 환경 관리를 넘어 돼지고기의 품질과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큰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심포지엄에서 글로벌 양돈산업 트렌드를 공유하고,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 유럽 현지에서의 경험을 나누는 것은 한돈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제발표자로 나선 송일환 금강축산 대표는 ‘유로티어 국제축산박람회에서 찾아보는 글로벌 트렌드’를 소개했다. 송 대표는 지난달 독일 하노버 페어 그라운드 전시장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축산 박람회인 ‘유로티어 2024’를 다녀왔다. 약 7만평 전시장에서 개최된 이 박람회에는 52개국에서 2100여 개 업체가 참여했고, 참관 인원은 149개국에서 12만여 명에 달했다.

김송규 송원농장 대표가 ‘한돈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위해 버려야 할 5가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송 대표는 유로티어 2024의 양돈 분야 키워드로 ‘동물복지’를 꼽았다. 개방형 분만틀과 임신돈 군사사육 사료급이시스템이 동물복지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에서 140만명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9%가 동물이 개체별 케이지(스톨)에서 사육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또한 60%는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해 추가 비용을 지출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이제 우리나라도 동물복지가 중요해질 미래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언 우일축산약품 대표는 ‘덴마크 양돈산업의 성공 요인과 교훈’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대표는 ”덴마크는 양돈 생산성 지표인 PSY(모돈이 한 해 낳는 새끼 돼지 숫자)가 매년 상승하면서 현재 34두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덴마크 양돈의 핵심 경쟁력은 협동조합과 R&D 역량, 그리고 방역시스템에서 나온다“고 소개했다. 그는 ”덴마크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좋은 품질의 돼지고기 생산을 위해 농민들이 힘을 모아 협업하는 ‘대니시 크라운’이라는 협동조합을 벌써 140년 전에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며 ”특히 SEGES라는 양돈연구센터가 사료나 사양관리 핵심 기술을 개발해 표준화하고 매뉴얼화하면서 농장주들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특히 SPF 헬스 사이트에 들어가면 농장별로 특정 병원체에 대한 양성·음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방역시스템이 완비돼 있는 것도 덴마크 양돈의 경쟁력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결과적으로 R&D와 전문가 컨설턴트, 생산자가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발전시킨 것이 덴마크 양돈의 현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안교현 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 수의사가 ‘네덜란드 MSY 38두 농장의 비결과 우리의 도전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는 ‘양돈 동물복지의 이해와 실천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재 거창에서 자신이 운영 중인 동물복지 농장을 소개하면서 한국형 동물복지인증 제도의 개발을 제안했다. 그는 ”관행 농장이 동물복지 농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단계별 인증제도와 매뉴얼을 만들고, 사육환경의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할 수 있도록 동물복지 완성도에 따라 평가를 차별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한 ”기존 시설에서 동물복지를 실현하려면 사육두수가 3분의 1로 감소해 수익성이 감소하는 만큼 사육거리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의 가치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동물복지 제품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특별세션에서는 안교현 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 수의사가 ‘네덜란드 MSY 38두 농장의 비결과 우리의 도전 과제; 이유(離乳)를 목요일에 하는 이유는?’을 주제로 발표했다. 안 수의사는 MSY(모돈이 한 해 출하하는 새끼 돼지 숫자)가 연간 38두에 달하는 네덜란드 뱅커스농장을 직접 방문해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선진 양돈 농장의 생산성 향상 비결을 소개했다. 그는 ”뱅커스 농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모돈과 웅돈(수퇘지)을 따로 사육하다가 모돈이 이유 후 교배를 하기 직전에야 웅돈을 모돈에 노출시키는 것이었다“며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수태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어미가 낳는 새끼돼지 숫자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이 부분이 뱅커스 농장의 MSY를 극대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와 독일 현지 연수를 다녀온 양돈 마이스터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설수호 고바우농장 대표, 정해옥 동화농장 대표, 박태오 효진팜 대표, 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 엄문일 설봉농장 대표, 송일환 금강축산 대표.


뒤이어 최근 ‘유로티어 2024’를 참관하고 네덜란드 양돈농장에서 연수를 하고 돌아온 양돈 마이스터들의 토론회가 진행됐다. 송일환 대표가 주재한 이 토론회에는 엄문일 설봉농장 대표, 김문조 대표, 정해옥 동화농장 대표, 박태오 효진팜 대표, 설수호 고바우농장 대표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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