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수학과 인공지능으로 재탄생한 궁중음악 '수제천'
조승한
입력 : 2024.12.21 08:00:02
입력 : 2024.12.21 08:00:02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구 김희수아트센터.
약 100명의 관객이 모인 가운데 국악 정악의 백미로 꼽히는 궁중음악 '수제천'의 가락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다르게 펼쳐졌다.
국악의 수학적 구조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이 작곡한 수제천이 연주자들의 연주를 통해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이다.
AI로 작곡한 국악 합주곡이 공개된 것은 처음으로 이번 연주는 해금과 대금, 피리, 대아쟁, 장구 협연으로 진행됐다.
흐름이 유창하고 선율이 화려한 수제천 특유의 가락이 물 흐르듯 아름답게 이어지다가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 뚝 끊기기도 하는 독특한 선율에 관객들은 더욱 귀를 기울였다.
고등과학원 거대국악데이터연구단장으로 이번 작곡 알고리즘을 만든 정재훈 포항공대 교수는 "수제천 주제를 이용해 수제천의 기하학적 모양을 흉내 내려고 노력하는 음악"이라며 "반드시 수제천과 같은 곡일 필요는 없고, 또 다른 음악일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주회에는 거대국악데이터연구단이 지난 3년간 국악의 대규모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국악 원리를 탐구하고 AI 기법과 접목해 창작해 만든 음악들이 소개됐다.
고등학생들이 새로 해석해 작곡한 천년만세 중 양청도드리, 밑도드리의 선율을 해석한 AI 작곡 합주 등이 이날 음악회에서 소개됐다.
전통음악은 서양음악과 달리 화성법이나 대위법 같은 통일된 음악 이론이 있지 않은데, 연구단은 이를 찾아내기 위해 기하학, 위상수학적 방법론으로 분석하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일반 민중이 즐기던 민속악과 달리 상대적으로 정형화되고 악보화된 정악을 활용해 수학적 구조를 찾고 이를 AI에 학습시키는 방식을 통해 AI로 국악을 작곡했다.
정 교수는 "내재하는 공통적 음악적 원리를 찾기 위해 정악을 데이터화하고, 한국 음악의 특성인 장식음과 시김새가 반영된 기보법을 개발해 악보를 데이터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접근을 통해 우리 음악을 잘 이해하면서도 전통음악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많은 분야 연구자와 연주자들이 협업하며 새로운 동력을 찾고 AI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통해 국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키울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새로운 점을 높게 평가한다'부터 '이상하고 우리 음악 문법에 맞지 않는다'까지 국악 연주자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정 교수는 "처음엔 낯설기도 하고 해석이나 이해가 어렵지만, 계속 연주하고 악보를 해석할 때 새롭게 발견되는 게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학문의 세분화와 전문화로 발생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학문 간 결합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고등과학원 초학제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다.
정 교수는 "수학과 AI를 연결하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새 발견과 해석을 끌어낼 수 있다"며 "기존 동일한 현상에서 새 시각을 끌어내면 흥미로운 발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shj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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