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 원화값 최저 "내년초 1500원대 갈수도"

이희조 기자(love@mk.co.kr)

입력 : 2024.12.26 17:53:46
1460원 뚫린 달러당 원화값
연말 줄어든 거래에 변동성 쑥








달러당 원화값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내 정세 불안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는 상황과 달러의 나 홀로 강세가 원화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 연말과 내년 초까지 원화값이 추세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1월에는 15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연말을 맞아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26일 원화값은 15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날 오전 개장 당시엔 1455.2원이었지만 이내 급격히 하락해 오전 한때 1465원 선까지 무너졌다. 주간 거래 마감(오후 3시 30분) 가격은 1464.8원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저다. 원화값은 지난 19일부터 5거래일 연속 장중 1450원을 밑돌고 있다.

특히 이날 원화값이 1460원대까지 내린 데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안 국내 정치 상황의 전개 양상에 따라 원화값은 계속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국 불안과 글로벌 강달러가 지속된다면 내년 초에는 원화값이 1500원대까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도 "국내 정국 불안이 지속돼 한국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낮아질 경우 원화값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면서 "내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내놓는 정책이 무엇일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1490원에서 1500원까지는 하방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장중 1460원을 터치한다는 것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며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50원이 뚫렸고, 곧 1500원 선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향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한다면 글로벌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며 오버슈팅(일시적 원화값 폭락)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독주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원화값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기 시작한 지난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10월 초만 해도 100 수준이던 것이 현재는 108까지 올라섰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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