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에 5000억원 물린 투자자들 SK스퀘어가 대신 갚는 방안 논의

우수민 기자(rsvp@mk.co.kr),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4.12.26 18:01:59 I 수정 : 2024.12.26 18: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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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커머스 지각변동 ◆

SK그룹 투자전문 중간지주회사인 SK스퀘어가 1년 이상 매각되지 않고 있는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와 관련해 기존 재무적투자자(FI)가 단행한 투자를 회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나섰다. 재무적투자자의 투자 회수를 도움으로써 자본시장에서 SK그룹 평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와 11번가 투자사인 FI는 최근 들어 11번가 관련 투자 회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11번가 경영권 매각에 SK스퀘어와 FI가 공동으로 나서는 동시에 이것이 힘들면 11번가 관련 FI 엑시트 방안을 SK스퀘어 측이 내년 상반기 중 모색한다는 것이 골자다.

2018년 당시 11번가 운영사였던 SK플래닛은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MG새마을금고)에 11번가 지분 18.18%를 제공하며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계약에는 드래그앤드콜 조항이 들어 있었다. 2023년 9월 30일까지 기업공개(IPO)를 완료하지 못하면 컨소시엄이 SK의 지분까지 끌어다 강제 매각(드래그얼롱·Drag along)할 수 있도록 하되 그전에 SK가 지분을 되살 수 있는 권한(콜옵션)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이커머스 업황이 나빠지면서 11번가 기업가치가 2018년 대비 반 토막 이상 났고 이로 인해 IPO가 무산됐다. 당초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해 FI 엑시트를 도와야 했지만 SK스퀘어는 지난 11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콜옵션을 포기했다. 결국 FI 주도로 11번가를 매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11번가는 국민연금·MG새마을금고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LP)가 각각 3500억원·500억원을 투자한 건이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향후 SK그룹이 LP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SK그룹 입장에서는 SK온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추가 펀딩이 필요한데 11번가 사태를 방치하면 추가로 FI 투자를 유치하는 게 힘들 수 있다"며 "이 때문에 SK스퀘어가 콜옵션 포기 후 관망했던 기존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FI 엑시트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수민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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