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상장 요건 완화 입 모았지만…외면한 정부부처

입력 : 2023.04.21 16:34:19
제목 : 특례상장 요건 완화 입 모았지만…외면한 정부부처
거래소 기조 변화…벤처캐피털 회수·투자 감소 "규제보다는 시장논리로 상장 여부 판단해야"

[톱데일리]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 등의 부처가 벤처 투자 활성화와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벤처캐피털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특례상장 규정 완화·신설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정부가 내세운 10조원의 대부분이 '융자'에 몰려 있어 실질적인 벤처투자 확대와 회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상장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수 시장과 투자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특정 산업군이 회수가 수월할 것이라고 예측되면 투자도 몰린다. 반대로 회수 시장이 주춤하면 투자로 자연스레 위축된다.

최근 몇 년간 바이오·헬스케어가 이런 방정식을 실제로 증명했다. 2021년 들어서 상장을 신청한 기업을 심사하는 한국거래소의 기조가 변했다. 기술특례를 활용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려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도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의 숫자를 깐깐하게 보기 시작했다.

기술특례 상장은 유의미한 매출이 없거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상장을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취지에 따라 특례상장을 활용하려는 기업의 경우 매출액, 영업이익 등이 크게 중요한 지표가 아니었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경우 사업 특성상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만큼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재무제표를 중요시하면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상장철회 사례가 늘었다. 2021년에만 엑소코바이오, 셀비온, 레몬헬스케어, 엑셀세라퓨틱스, 노보믹스 등이 상장을 자진철회했다. 모두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를 받으며 나름대로 기술성을 인정받았지만 한국거래소의 심사가 길어지자 상장 시기를 조절하는 것을 선택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다.

지난해에도 바이오·헬스케어의 수난은 이어졌다. 수천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유치에 성공한 디앤디파마텍을 비 롯해 쓰리빌리언, 이뮨메드,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레메디, 메를로랩 등이 상장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마찬가지로 모두 설립 후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한 기업들이다.

바이오·헬스케어의 상장이 어려워지자 투자자들도 외면하기 시작했다. 벤처캐피털과 같은 재무적투자자(FI)는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회수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심사역에게 '한동안 바이오 관련 투자는 아예 가지고 오지마라'고 통보한 벤처캐피털도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통계에서도 투자 심리 위축이 증명됐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벤처투자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 의료 분야 신규투자 금액은 1조1058억원으로 2021년(1조6770억원) 대비 34% 이상 감소했다.

신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생존 위기에 서있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거래소가 특례상장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심사역은 "최근 몇년간 거래소가 바이오 기업에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다"며 "이런 부분이 개선되고 자본 시장에서 좋은 기업이라고 인정받은 기업이라면 수월한 상장이 이뤄져야 공격적인 투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벤처캐피털 임원도 "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해 거래 중지, 상장폐지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경영진에 책임을 물 어야지 심사 강화로 업계 전체를 압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특례상장 요건 완화는 회수 시장과 투자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경제위기 극복,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혁신벤처 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업계 의견이 전달됐지만, 부처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공개(IPO)를 활용한 회수 시장 활성화 대신 세컨더리 펀드와 민간모펀드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 의견을 듣는 자리는 지속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특례상장 요건 완화와 신설을 요구하는 업계 목소리는 다른 문제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늦게 나왔다"며 "한국거래소에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김민지 기자 min37@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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