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세계 펭귄의 날…출퇴근하는 호주 요정 펭귄의 신비로움

성연재

입력 : 2023.04.25 12:00:15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25일은 세계 펭귄의 날이다.

세계 펭귄의 날은 미국 맥머도(McMurdo) 남극관측기지가 지구온난화와 서식지 파괴로 사라져가는 펭귄을 보호하기 위해 남극 펭귄이 이동하는 시기에 맞춰 기념일로 정한 날이다.

현재 전 세계에 분포한 펭귄 17종 중 약 11종이 세계자연기금이 지정한 멸종위기종 혹은 취약종이다.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갈라파고스펭귄은 약 1천50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펭귄이 멸종위기에 처한 것은 주요 먹이인 크릴새우의 개체군 감소 탓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지구 온난화로 크릴새우의 먹이가 감소한 데다 크릴새우를 남획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퇴근하는 펭귄' [빅토리아주관광청 제공]

필자는 세계 펭귄의 날을 맞아 최근 지구 반대편 호주 빅토리아주 필립 아일랜드에서 만났던 '출퇴근하는 펭귄'이 떠올랐다.

이들은 키 30cm, 몸무게는 약 1kg에 불과한 지구에서 가장 작은 펭귄 종이다.

그런 모습 덕분에 '페어리 펭귄'(요정 펭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이들의 생활상은 이름과 걸맞지 않게 혹독하고 거칠다.

차가운 남극 물속으로 출근했다가 2박 3일간의 조업 끝에 밤늦게 귀가하는 고된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립 아일랜드에서는 매일 평균 2천여 마리의 펭귄이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황혼이 사라진 뒤 어둑어둑해지자 저 멀리서 뒤뚱거리는 모습을 한 펭귄 수십마리가 나타났다.

지켜보던 어린아이들은 일제히 나지막한 환호성을 질렀다.

리틀펭귄의 퇴근 모습으로, 이들은 떼를 지어 수십마리씩 모래로 된 길을 지나 집으로 향했다.

매일 평균 2천여마리지만, 때에 따라서 800여마리가 퇴근하기도 하고, 5천여마리가 퇴근하기도 한다.




퇴근하는 펭귄들 [빅토리아주관광청 제공]

이 펭귄들은 태즈메이니아섬과 호주 본토(빅토리아주) 사이의 거친 해협인 배스해협에서 조업한다.

퇴근하는 펭귄들은 2박3일 동안 고된 먹이활동을 마친 녀석들이다.

따스한 보금자리이긴 하지만 돌아오는 길도 천적들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면 리더 펭귄이 고개를 내밀어 천적이 없음을 확인해야 나머지 펭귄들이 상륙을 개시한다.


펭귄들의 뽀뽀? [빅토리아주관광청 제공]

뒤뚱뒤뚱 걸어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었다.

주소가 있는 것도 아닌데 2천여마리의 펭귄이 대부분 실수 없이 자기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주 가끔은 다른 집을 찾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사진 촬영도 금지돼 있어 관광객들은 이 놀라운 장관을 눈으로만 담아야 한다.

필자도 취재 욕심이 무척이나 났지만, 셔터 소리가 방해를 줄 것만 같아 참아야 했다.

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 김이령 이사는 "사진 촬영이 금지된 점은 아쉽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펭귄의 보호를 위한 것이니만큼 인증샷은 참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olpori@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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