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책 임차인 눈물 닦아줄까…피해자들 "한계 있어"

"특별법 시한 짧고 적용 요건 까다로워"…"구체적 설명 필요"
최은지

입력 : 2023.04.27 11:34:16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합동브리핑 하는 원희룡 장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2023.4.27 hkmpooh@yna.co.kr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정부가 27일 한시적인 특별법으로 전세사기 피해 지원에 나서기로 하자 피해자들이 한계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정부는 2년간 적용될 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면 피해 주택 우선매수권을 주고 4억원 한도에서 낙찰자금 전액을 저리 대출해주기로 했다.

대책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 주택을 사들여 피해자에게 소득·자산 요건 없이 임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 같은 특별법을 적용받으려면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 주택의 경·공매 진행,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등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가장 시급한 보증금 보전 방안이 제외됐고 한시적인 특별법 적용도 합리적이지 않다며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박순남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그동안 요구한 '선(先) 지원 후(後) 구상권 청구'는 결국 대책에 담기지 않았다"며 "정부는 이걸 혈세 낭비로 보는 입장이지만 전세사기 사태가 정부의 부실 정책에 기인하는 만큼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직 피해 현황 조사조차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법 적용을 2년으로 제한한 것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아직 피해를 본 사실조차 모르는 피해자들이 많은데 2년은 너무나 짧은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골자인 우선매수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부족하고 특별법 적용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피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에게 낙찰됐더라도 임차인이 해당 낙찰 금액을 법원에 내면 우선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최고가 낙찰액과 같은 가격에 주택을 살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같은 빌라의 같은 평수의 집이라 해도 경매에서 낙찰액이 크게 차이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천 건축업자 전세사기' 피해자 강모(45)씨는 "동일 아파트나 빌라가 거의 통째로 경매에 넘어간 경우가 많은데 같은 평수인데도 어떤 집은 1억5천만원에 낙찰되고, 다른 집은 1억원에 낙찰된다면 낙찰액이 비싼 집들의 세입자에게는 우선매수권이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세밀한 설명 없이 대책을 발표해 의문만 커지고 있다"며 "특별법 적용 요건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으로 돼 있어 이미 집이 매각돼 쫓겨난 피해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고 덧붙였다.

1천300여명이 모인 전세사기 관련 상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한 임차인은 "사기 입증이 힘들어 임대인 고소조차 안 되는 상황인데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피해자들이 혐의 입증부터 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다른 임차인도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라는 기준이 있는데 '다수의 피해자'의 기준은 뭐냐"며 "다른 피해자들을 어떻게 찾으란 건지도 알 수 없다"고 질타했다.

chams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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