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평균 해발고도 900m에 위치한 고원 도시 태백이 가까워지자 잠시 귀가 멍해졌다가 뚤렸다. 바로 이런 곳을 두고 심산유곡이라 하겠다 싶은 순간, 멀리서도 한눈에 띄는 붉은색 건물이 나타났다. 벽에는 딸기 모양의 대형 그림과 함께 ‘World’s 1st strawberry indoor farm(세계 최초의 딸기 실내 농장)’이라고 크게 쓰여 있다. 바로 터널형 수직농장으로 유명한 스타트업 넥스트온이 새로 준공한 딸기 전용 수직농장이다.

넥스트온은 24일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 1만7385㎡(약 5300평) 용지에 건축면적 4521㎡(약 1400평) 규모의 수직농장 준공식을 가졌다.

5층 높이 건물 내부 층고는 12m에 달하며, 12단 선반에서 딸기를 1년 내내 재배한다. 재배실은 전체 9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1단계로 육묘실을 포함한 5개 동에서 딸기 재배를 시작했다. 재배실 1개 동은 약 100평 규모다. 이번 1단계 투자에는 민간자금을 포함해 약 210억원이 투입됐다. 9개 동이 전부 가동에 들어가면 연간 300t 딸기를 생산하게 된다. 비닐하우스로 따지면 9만9000㎡(약 3만평) 면적에서 생산하는 물량이다.

넥스트온의 이곳 태백 사업장은 에코잡시티(경제기반형 도심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구축됐다. 태백시의 마지막 탄광인 장성광업소 부지 내에 조성됐다. 이 곳 수직농장 바로 옆에 대형 탄광 구조물이 보이는 이유다. 63m 높이의 이 구조물은 권양기로 불린다. 과거 무연탄을 캘 때 34t에 달하는 석탄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단번에 수직으로 끌어올리는 장치다.

수직농장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딸기 재배가 한창이다. 지난달 심겨진 딸기는 약 1개월 뒤부터 수확이 시작된다. 수확한 딸기 품질이 균일한 것이 수직농장의 특징이다. 수확 기간은 6개월에 달한다. 한 여름에도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딸기는 원래 저온성 작물이어서 겨울부터 봄까지 생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여름에도 싱싱한 딸기가 출하되면 평소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최재빈 넥스트온 대표는 “기후변화 시대를 맞이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려면 수직농장이 꼭 필요하다”며 “이 곳에서는 딸기 수확과 운반 등에 자동화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농업의 첨단산업화도 실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 첫 딸기 전용 수직농장 준공식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인사들이 태백을 찾았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왔고,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데얍 알-라쉬디 주한 쿠웨이트 대사, 김학도 중소벤초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 황규연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 민승규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등이 현장을 찾았다. 김학도 이사장은 “넥스트온은 중진공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 1호 졸업 기업”이라며 “강원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세계 1등의 인도어팜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격려했다.

넥스트온은 이 곳에서 향후 5년간 22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의 60% 이상을 해외 수출한다는 복안이다. 폐광지역인 태백에서 최대 일자리 창출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인도어팜 교육과 관광분야 협업, 농생명대 인턴십 등을 통해 지역상생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넥스트온은 이날 쿠웨이트와 2000만달러에 달하는 2000평 규모 인도어팜 구축 계약도 체결했다. 베이더 알-레자이한 마와리드홀딩스 회장이 직접 참석해 계약식을 가졌다. 넥스트온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태국 등으로 인도어팜 진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