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에 '1.3조' 투입한 산은, 손실 규모 ↑

입력 : 2023.08.07 17:10:45
제목 : KDB생명에 '1.3조' 투입한 산은, 손실 규모 ↑
킥스비율, 당국 권고치 하회…추가 자본확충 불가피 매각 앞두고 '유증'에 알리안츠생명 '헐값매각' 되풀이 되나

[톱데일리] KDB산업은행이 KDB생명보험(이하 KDB생명) 매각에 나선 가운데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을 얼마나 회수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쏟은 자금은 약 1조1000억원 이상인 반면 KDB생명 몸값은 2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7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KDB생명은 1425억80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1주당 6196원에 230만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 설립한 KDB칸서스밸류PEF가 KDB생명 최대주주로서 지분 92.73%(8797만1660주)에 대한 물량을 전부 소화하려면 최소 13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산업은행 측은 KDB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의 이번 유상증자는 오는 9월 콜옵션(조기상환권) 시기가 도래하는 2200억원 규모 후순위채에 대한 차환 발행 목적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산업은행 측이 KDB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현재까지 투입한 자금은 1조1500억원 수준이다. 2010년 당시 4800억원에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인수했고, 같은 해 9월 KDB생명의 37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이후 2018년에도 유상증자에 3000억원을 출자했다. 다음달 14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13년간 KDB생명에 쏟을 자금만 1조2900억원 정도로 계산된다.

산업은행은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KDB생명에 대한 매각 협상을 수차례 진행했다. 지난 2020년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같은 해 12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등 매각 절차가 구체화되기도 했다. 다만 JC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선정되면서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을 인수하 겠다고 나서면서 다시 한 번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관건은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대한 자금 회수가 얼마만큼 가능한지다. 지금까지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대상으로 회수한 자금은 '0원'이다. 통상 인수자는 피투자기업 매각을 제외하면 유상감자나 배당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인수한 이후 유상감자나 배당을 진행한 적이 없었다.

산업은행이 13년간 투자에 '본전'이라도 찾으려면 매각가는 최소 1조3000억원이어야 한다. 아직 실사 단계에 있는 상황이라 매각 금액이나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으나 산업은행이 투입한 자금만큼 회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KDB생명 매각 예상가격을 2000억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KDB생명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신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101%대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크게 밑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KDB생명이 헐값에 매각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알리안츠생명을 중국 안방보험(현 다자보험)에 헐값 매각했던 사례도 있다.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제일생명을 인수한 이후 알리안츠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유상증자 등으로 1조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건전성이 나아지지 않자 2016년 결국 중국 안방보험에 알리안츠생명을 매각했다. 당시 알리안츠그룹은 안방보험과 SPA를 체결하면서 알리안츠생명 자본확충을 위해 최대 1870억원 규모의 증자까지 약속해야 했다. 결국 알리안츠그룹이 알리안츠생명에 500억원을 증자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지만, 매각가가 35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돈을 얹어주고 매각하는 '마이너스 딜'이었던 셈이다. 당시 안방보험도 알리안츠생명 인수 직후 수천억원대 유상증자 등을 진행해야 했다.

알리안츠생명과 현재 KDB생명 상황을 비교해보면, KDB생명이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알리안츠생명의 매각 직전 지급여력(RBC)비율은 200.7%로 당시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낮은 수준이었지만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넘어서는 수치였다. 현재 KDB생명의 킥스비율은 101.7%로 당국의 권고치마저 밑돌고 있다. 게다가 해당 수치는 유예조치를 적용한 비율로 유예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실제 킥스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매자의 조 단위 자금 투입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 유예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KDB생명의 킥스비율을 50% 미만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현재 KDB생명 자본 상태를 고려해 당국의 권고치를 맞추려면 1조원 가량의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 지난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부채비율도 3007%에 달한다.

이번 KDB생명이 매각을 앞두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점도 원매자의 이런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매각과 관련 없는 자본확충 목적의 증자라는 게 KDB생명의 설명이다.

산업은행은 마이너스 회수가 불가피한 KDB생명 매각에 대한 의지는 확고한 상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앞서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 "KDB생명은 줄곧 아픈 손가락이었지만 올해부터 매물로서 매력도를 높이고 있어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윤신원 기자 yoo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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