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크루즈터미널, 엔데믹에도 손님 없어…올해 입항 2회뿐

"버스 노선 없어 접근성 떨어져"…크루즈 7척 다른 부두 이용
홍현기

입력 : 2023.08.09 08:00:07


인천항 크루즈 전용터미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정부와 인천항만공사(IPA)가 280억원을 들여 조성한 국내 최대규모 인천항 크루즈 전용 터미널이 선사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9일 IPA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곳을 이용한 크루즈는 지난 4월 2차례 입항한 독일 튜이의 마인쉬프5호(9만9천t급)가 유일하다.

다른 크루즈 5척은 전용 터미널 대신 인천 내항이나 인근 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했고, 오는 10월 입항 예정인 나머지 2척도 내항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2019년 4월 문을 연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개장 첫해 4척을 유치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점휴업' 상태였다가 올해 4월 운영을 재개했다.

당시만 해도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을 맞아 크루즈 관광객이 늘며 인천항이 동북아 크루즈항의 중심 거점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크루즈 선사들은 도심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을 들어 전용 터미널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송도국제도시 서쪽 끝에 있는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주변에 식당이나 상점 등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데다 시내버스나 지하철 노선도 갖춰져 있지 않다.

체류 시간이 짧은 크루즈 이용객은 교통이 불편한 전용 터미널 대신 접근성이 좋은 내항을 선호한다고 크루즈 업계는 설명했다.

내항 주변에는 월미도와 신포국제시장 등 관광지가 있고, 서울지하철 1호선 인천역과 수인분당선 신포역도 가까워 다른 지역 이동이 편리하다.

지난 3월 인천 내항에 입항한 크루즈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소형 크루즈 선사들은 국내 최대규모 크루즈 터미널인 전용 터미널 부두에 접안이 어렵다는 이유로 인근 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하기도 했다.

전용 터미널 부두는 안벽 길이 430m, 수심 12m로 세계에서 제일 큰 22만5천t급 크루즈가 접안할 수 있지만, 소형 크루즈 입항 시에는 별도 잔교(하역시설)를 이용해야 한다.

크루즈 업계 관계자는 "인천을 모항(母港·출발지)으로 운항하는 중소형 크루즈는 입출국 시설이 필요하다 보니 내항이 아닌 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했다"며 "대형 크루즈가 아니면 전용 터미널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관광 업계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크루즈 전용 터미널의 활성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터미널과 연결되는 시내버스 노선을 개설하려고 했으나 상시 입항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고정수요가 없어 쉽지 않다"며 "시내버스 대신 이용객이 원하는 장소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PA 관계자는 "인천항은 선박 규모나 운항 일정에 따라 내항이나 국제여객터미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다"며 "추후 중국발 크루즈 운항이 재개되면 대형 크루즈가 인천을 많이 찾아 전용 터미널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ong@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8.03 22:02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