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바뀔 때마다 '마찰음' 투명한 승계절차가 급선무

한우람 기자(lamus@mk.co.kr),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입력 : 2023.01.31 17:41:25
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하나
자격요건은 일견 공정해보여도
실제 후보 선정 과정은 '깜깜이'
CEO의 적격성 판별도 어려워
국민연금, 주총서 역할 해줘야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는 주인 없는 회사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KT, 포스코, 금융지주처럼 주인 없는 기업은 최고경영자(CEO)가 바뀔 때마다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낙하산' 인사와 기존 CEO 간 자리 다툼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경영진 자리를 두고 주주가 아니라 엉뚱하게 정치권에 로비 역량을 집중해 왔다. 경영진이 주주를 무시하고 스스로 낙하산 논란, 이에 따른 관치를 초래하는 아이러니를 만들어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때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소유분산기업이 스스로 경영진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 주주에게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선결과제로 꼽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지속가능센터장은 "(소유분산기업) 경영진 자리에 내부 후보와 외부 후보가 모두 열려 있어 외관상 자격 요건은 투명해 보인다"면서도 "자격 요건은 나오는데 어떤 내부 프로세스를 거쳐 CEO 승계를 가져갈지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과징금 제도 도입도 조심스럽게 고심 중이다. 현재 내부 통제 미비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는 사고를 냈을 때 인적 제재에 비해 법인 제재가 너무 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금융사고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은 은행법을 비롯해 업권별 금융법안에 명시돼 있는데, 금융사고 금액이 아니라 건별 기준이다. 이마저도 부과 금액이 건당 최대 1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인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통해 주주들이 직접 CEO 진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다만 과태료 부과 기준 상향은 개별 법규정 개정이 필요한 작업이라 용이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야 주주들이 나서게 된다는 취지다.

CEO 후보자에 대해 일반 주주들이 적격성을 판별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내포돼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920조원 '거인'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실제로 영향을 미친 사례가 드물었다.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구조 등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 이후 주주권 행사 등을 전담하는 책임투자실을 수탁자책임실로 개편하고 인력을 30여 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현재 담당 운용역은 1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홍민 성신여대 교수는 "최고경영진이 시장에 의해 규율돼야 하는데, 잘하는 CEO와 못하는 CEO를 구분해줄 수 있는 주체인 국민연금이 이를 구분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전주 이전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센터에 있던 전문가들이 모두 이직하는 등 인력 공백 상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신용평가기관, 한국ESG기준원을 비롯한 지배구조 평가기관이 나서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 행태를 보이는 기업에 가혹할 정도로 페널티를 부과해 기업이 스스로 지배구조를 선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우람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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