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친환경 바람 타고, LS전선 '해저케이블' 잇단 러브콜
입력 : 2023.10.22 17:49:48
제목 : [현장르포] 친환경 바람 타고, LS전선 '해저케이블' 잇단 러브콜
'맨 땅에 헤딩' 독자기술 구축…세계 톱티어 발돋움
24시간 풀가동…아시아 최대 규모 VCV 타워 준공[톱데일리] "지금은 LS전선이 세계 선진 케이블 생산기업이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를 풀자면 몇 일 밤을 새도 모자랍니다. 아무도 알려주는 이 없이 제작설비 하나 하나를 실패를 거듭해가면 직접 만들었거든요. 동해사업장엔 1동부터 아시아 최대 규모를 갖춘 4동까지 있는데, 공장별 설비 변화상만 봐도 LS전선이 걸어온 길이 보일겁니다" (김진석 LS전선 설비효율화팀 팀장)
LS전선은 2008년 동해시에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고 지금까지 약 7000억원을 투입, 해저전력 사업 역량을 점진적으로 강화해왔다. 지난 5월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인 해저4동을 준공하는 한편 동해공장에 1555억원의 추가 설비 투자를 확정하는 등 해저케이블 생산 역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전력케이블의 꽃'으로 불린다.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최고 난이도의 기술력을 요한다. 제품의 균질한 품질은 물론 바다 밑을 파고, 케이블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까지 기술로 평가된다.
LS전선이 처음 해저 1동을 준공했을 당시엔 유럽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시절이다. 2007년 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250kV급) 해저케이블을 개발했지만, 이를 만들 시설이 없어 짓게 된 게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의 시초였다. 지금의 LS전선은 기술력과 품질, 안정적인 운용실적 등 측면에서 세계 톱 클래스로 꼽힌다.
그러나 시작은 무모했다. 해저케이블 입찰에 처음 참여하기 위해 선진 여러 업체들을 찾아갔으나 모두 LS전선과의 협업을 거절했다. 일부 업체는 미팅조차도 거부했다. 초짜가 덤빌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LS전선은 '스스로 해보 자'라고 마음 먹었다. 초고압 케이블 영역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해저케이블 설비를 직접 만들었다. A부터 Z까지 모두 LS전선이 직접 쌓은 독자기술이다. 노하우 없이 직접 맨땅에 헤딩하다 보니 실패도 무수했다. 수천억원의 적자도 냈다. 하지만 그 때 쌓은 실패의 경험치는 문제의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고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는 노하우로 쌓였다. 최근 준공한 해저 4동이 지금까지의 수평형 설비가 아닌 수직형 공장으로 지어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진석 팀장은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모든 설비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고 구축했다"며 "이후 지어진 곳들에 비해 동해공장 1동이 다소 투박해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4동인 해저케이블 생산타워(VCV타워)는 아파트 63층 높이의 수직형태로 지어졌는데, 케이블이 점차 굵고 무거워지면서 수평생산할 때 케이블이 아래로 처지거나 균질하지 않게 만들어질 수 있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새롭게 도입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해저케이블 기술의 핵심은 수십~수백 km 길이의 케이블을 끊김 없이, 또 균질한 값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중간에 조금이라도 오차가 생기면 앞서 생산한 제품을 전량을 폐기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날씨, 습도관리 등을 비롯한 제품 제조공정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VCV타워는 케이블 원재료를 중력방향으로 고르게 성형시켜 완성품의 품질을 높여준다. 수직 연속 압출시스템이라고도 부른다.


공장에서 확인한 케이블의 크기와 무게는 상당히 압도적이었다. 현장에선 8월 수주한 전북 신안 비금도 해저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해저케이블이 제작되고 있었는데, 두께는 성인 허벅지 수준이었고 무게는 1m당 94kg에 달한다. 손으로, 발로도 밀어봤으나 전혀 꿈쩍도 않았다.
완성된 해저케이블은 수백톤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턴테이블 위에 원을 그리며 적재된다. 이날 해저 4동 꼭대기 전시실 주변엔 4개의 턴테이블이 있었는데, 이중 3개는 비어 있는 상태였다. 김 팀장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가 부각되면서 해저케이블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케이블은 만드는대로 모두 팔리다보니 턴테이블도 계속 비어 있다"며 "수주량 확대로 추석 연휴 기간 중에도 공장은 3교대로 쉬지 않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공장 견학 전 만난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부사장)에 따르면 조인트벤처를 만들자는 해외기업들의 러브콜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날도 완성된 해저케이블은 동해공장 전체를 둘러싼 케이블 전용 운반 레일(갱웨이)을 통해 바로 옆 동해항에 정박한 LS마린솔루션 소유의 GL2030에 선적되고 있었다. 동해공장은 1동부터 4동, 그리고 동해항까지 갱웨이가 모두 연결돼 케이블의 이동을 돕게끔 구축돼 있다.
이날 미디어에 첫 공개된 GL2030은 LS전선이 국내외 해상풍력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건조한 8000톤급 포설선으로, 국내에 선박위치정밀제어 시스템을 갖춘 포설선은 GL2030이 유일하다.
이번 GL2030에 선적되는 케이블 지름 22.6cm, 총 700톤이다. 이 규모를 선박에 옮기고 다시 포설하는 기간에만 2주가 걸린다. 완제품 케이블은 안전하게 옮기고 이동시키는 것 자체도 기술력으로, 케이블은 매우 느린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분당 약 8m 정도만 이동한다. 제품 이동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손상도 방지하기 위해서다.

LS전선은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 LS전선아시아와 삼각편대를 꾸려 글로벌 해저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LS전선은 케이블 생산을 맡고 LS마린솔루션은 시공을, LS전선아시아는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아세안 해저시장을 선점한다는 중장기 청사진을 제시했다.
LS전선 관계자는 "8월 해저케 이블 전문 시공업체인 LS마린솔루션을 인수해 제조부터 시공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했다"며 "이를 계기로 턴키(turn key) 수주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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