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아트 마케팅' 가장 진심인 유통 오너는

입력 : 2023.10.27 13:29:07
제목 : [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아트 마케팅' 가장 진심인 유통 오너는
넓은 공간 활용 가능한 백화점 '눈길'…'업계 최초' 신세계百 Vs. '더현대서울' 현대百



[톱데일리] 유통 기업들의 예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과거부터 유통 기업의 오너들이 개인적으로 미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면, 이제는 기업들간 마케팅 경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유통 기업들은 예술 작품을 패키지에 적용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의 전시장으로 만들어 고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과거부터 식품, 화장품, 호텔 등 여러 분야의 유통 기업 오너들은 미술에 많은 애착을 보여왔다. 대표적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신라호텔에 작품을 걸어 놓고, 해당 공간을 갤러리처럼 꾸며 미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꾸준히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수집해, 청담동 사옥에 전시 공간을 꾸며 놓았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미술품 수집에 열정을 보이는 오너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과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리뉴얼 용기는 서 회장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형성화해 디자인하기도 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도 조각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3년째 '한강 조각 프로젝트'를 개최하고 있다.

과거에는 오너들의 소장품이 주목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미술 작품이 하나의 기업 전략으로 활용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는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이용해, 시장에서 상업적인 성과를 내는 '아트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다. 국내 미술 시장이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기업들도 흐름에 발맞춰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유통 기업들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아트슈머'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에 한창이다. 아트슈머는 예술(art)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소비를 통해 문화적 만족감까지 얻고 싶어하는 소비층을 말한다. 아트슈머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MZ세대는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미술 작품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국대현대미술관에서 올해 상반기 연령대별 관람객을 조사한 결과, 20대(37%)와 30(26%)대가 총 63%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16%포인트(p)가 높은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MZ세대 미술품 구매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선진 문화 환경에서 자라왔으며, 다양한 문화 서비스와 해외 정보의 유입에 자유로웠던 만큼 기본적으로 고양된 문화 콘텐츠 수준이 높은 편이다. 그동안 MZ세대는 다양한 경우의 문화를 최대한 누려왔으며, 여기에 자금력이 보강된다면 MZ세대 잠재 구매자가 구매자로 편입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여러 분야 중에서도 백화점이 아트 마케팅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에게 아트 마케팅은 코로나19로 침체돼 있던 오프라인 사업을 활성화하는 전략이기도 했다. 백화점은 넓은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고객 발길 끌기에 나서고 있다. 과거 백화점은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예술 작품을 보기 위해서도 찾게 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아트 마케팅에 나선 것은 신세계백 화점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966년 업계 최초로 본점에 상설 전시장 '신세계 화랑'을 선보이며 업계 최초로 미술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을 포함해 광주, 대구, 대전 등 주요 점포에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갤러리 담당 조직을 따로 두고 있으며, 주요 점포에서는 해당 조직이 전시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두 진행을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행보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정 총괄사장은 과거에도 이화여대 시각디자인학과를 다니다 미국 유학을 떠나 미국 로드아일랜드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는 등 꾸준히 예술 쪽에 관심을 보여왔다. 정 총괄사장은 본래 공식석상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는 '은둔 경영자'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으나, 지난달에는 미술계 최대 행사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3' 개막날 파티인 '신세계x프리즈'에 참여하기 위해 7년 만에 공식석상에 나서기도 했다.

아트 마케팅의 시작이 신세계백화점이라면, 최근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현대백화점이다.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은 매장 내 위치한 문화복합공간 알트원에 누적 방문객에 50만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알트원은 꾸준히 국내외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5번의 전시를 진행하며 90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더현대서울은 아트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로플랫이 올해 6~8월 전국 주요 백화점 방문객 위치와 동선을 분석한 결과, 백화점 평균 체류 시간은 42분이었으며, 국내 주요 백화점 점포 3곳(신세계백화점 강남점·롯데백화점 잠실점·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을 분석한 결과, 더현대서울의 평균 체류 시간이 48분으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도 아트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백화점업체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지난 8월부터 '보통의 우리에게' 라는 가을 테마로 아티스트들이 일상 속 아름다움을 표현한 예술 작품을 활용해 백화점 내외부를 연출해 선보이고 있다. 잠실점, 대구점, 광주점 등에는 미국 출신 앤디 리멘터 작품을 선보였으며, 동탄점, 청량리점 등은 유튜버이자 작가인 카아민과 협업한 작품으로 꾸며졌다. 롯데백화점 서울과 부산, 경기도에 위치한 점포에서는 아티스트별 작품 전시회도 열고 있다.


한편 아트 마케팅은 백화점뿐만 아니라 여러 부문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식품 사업에서는 포장지에 예술 작품을 넣는 방식으로 아트 마케팅을 적용하고 있다. 식품기업들은 예술 작품을 활용한 패키지를 통해 비슷한 제품들 속에서 차별화와 함께 프리미엄 이미지를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동원F&B는 '덴마크우유'에 마케팅을 적용해 매출 상승 효과를 보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동원F&B는 제품 패키지에 '피리 부는 소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명화 이미지를 넣었고, 그 결과 많은 소비자들의 눈에 띄면서 이듬해 매출은 전년 대비 7배가 증가하기도 했다. 이 밖에 오뚜기도 지난 2018년 진라면 30주년을 맞아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와 협업해 선보인 한정판 제품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해당 제품은 출시된 이후 5개월 동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가 성장하는 성과를 보기도 했다.


톱데일리
변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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