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中 색채 짙어진 르노코리아, 이면에 담긴 셈법은
입력 : 2023.11.17 13:25:19
제목 : [기자수첩] 中 색채 짙어진 르노코리아, 이면에 담긴 셈법은
부족한 친환경차 라인업, 앞선 기술력 도입 통해 시간·비용 절감
생산·판매 위축 속 경영악화 보완할 물량 기반 확보
사업 지속가능성 내부 우려 상쇄 및 생산설비 재구축 속도 효과 상존[톱데일리] "르노코리아자동차(이하 르노코리아)는 르노그룹과 지리그룹의 지원 아래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
스테판 드블레즈(St?phane Deblaise) 르노코리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밝힌 회사의 경영 방향성이다. 지리그룹과의 차세대 하이브리드차량(HEV) 개발 프로젝트, 지리그룹의 영향력이 뻗치고 있는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Polestar)의 순수 전기차('폴스타4') 위탁 생산에 이어 추가적인 협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르노코리아의 일련의 행보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외관상 중국 자본의 한국시장 진출 및 수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로 비춰지는 데 따른 영향이다. 다만, 시선을 달리하면 르노코리아에게도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르노코리아는 날로 위축되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2년(2020~2021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영업흑자(약 1848억원) 달성에 성공했지만, 내수는 물론 수출 급감으로 재차 수익성 악화 우려가 심화했다. 르노코리아의 올해 누적(1~10월) 판매실적은 9만294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8% 감소했다. 내수는 1만8579대로 57.6% 줄었고, 수출은 7만4367대로 24.7% 뒷걸음쳤다. 내수와 수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XM3'의 신차 효과도 반감된 상태다.
유의미한 판매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가성비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실적이 위축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르노코리아는 장기간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가성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상품성을 개선해 선보인 XM3의 경우 주요 트림의 가격을 기존 대비 200만원 안팎으로 하향조정해 내놓은 게 일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핵심 카드가 차세대 하이브리드(HEV) 모델이다. 해당 모델 개발에는 지리그룹의 기술과 자본 영향이 적지 않게 침투해 있다. 친환경차 라인업이 부재한 르노코리아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의 플랫폼 활용이 이로운 측면이 있다. 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까닭이다.
르노코리아의 신차 개발을 지칭하는 '오로라(AURORA) 프로젝트'의 첫 단추에는 지리그룹의 스웨덴 연구·개발(R&D) 센터에서 개발한 소형 모델 전용 'CMA 플랫폼'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제공된다. 이를 바탕으로 르노그룹에서 차량 디자인을 맡고, 르노코리아 연구진들이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도록 첨단 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제품으로 개발해 선보이게 되는 구조다. 자동차의 뼈대인 플랫폼 자체가 지리그룹의 것이라는 의미다. 그 위에 르노의 디자인 등을 덧씌우는 개념이다. 양측의 첫 합작 모델은 하이브리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2024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리그룹으로부터 신차 개발에 필요한 실탄까지 지원 받았다. 현재 지리그룹은 르노코리아의 2대주주다. 앞서 지리그룹 산하 지리 오토모빌 홀딩스(Geely Automobile Holdings)는 지난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르노코리아 지분 약 34.02%를 확보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르노코리아는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그룹으로부터 수천억원의 자금을 수혈하며 악화한 경영환경 속 숨통을 트일 수 있었다. 당시 지리그룹은 르노코리아의 유상증자에 약 2626억원을 출자했다. 최대주주의 지위는 유지하면서 지리그룹과의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며, 기술과 자본력의 지원을 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지리그룹의 영향력이 뻗치는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순수 전기차 '폴스타4' 위탁생산은 부산공장의 가동률 회복과 동시에 판매동력이 상실된 XM3 등 기존 모델의 약화한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요인이다. 전체 수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XM3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6% 줄었다.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르노코리아는 해당 지역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판매 부진 등에 따른 생산 위축과 이로 인한 물량 배정의 요구 등 내부의 우려를 상쇄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량 등 친환경차 생산을 위한 시설구축의 고삐도 당길 수 있게 됐다. 르노그룹은 일찌감치 한국사업장에 대한 방향성 전환을 꾀하며 의 수익성과 경쟁력 향상을 요구했다. 그 일환으로 한국을 핵심 수출 기지로 구축하는 방안과 더불어 전기차 생산을 위한 환경 조성 등을 모색했다. 내년(차세대 하이브리드차량)과 내후년(폴스타4 위탁생산) 중국 자본의 색채가 밴 차량들이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면, 자연스레 르노코리아의 판매 비중은 이전과 다르게 재편될 공산이 크다. 르노코리아가 탄탄한 생산기술력과 수출 교두보를 제공하는 가운데 추가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지리그룹 측의 추가 지원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환경은 새로운 차종과 기술 도입 등 다방면에서 이전과 달리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 완성차는 물론, 전자 및 통신 브랜드들간 합종연횡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유의미한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중국 자본에 대한 시장의 반감과 합작모델의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내하며 협업을 바탕으로 입지 재구축을 위해 수반되는 시간·비용·물량 리스크 등 현실적인 불안요인들의 상쇄를 꾀한 셈이다.
톱데일리
권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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