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상승의 주역인 동학개미들이 공매도 금지 국면에서는 2차전지 하락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6일 정부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한 이후 2차전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수했다.
현재 2차전지 인버스 ETF는 한 종목인데, 이 종목 매수 금액이 나머지 13종의 2차전지 ETF를 순매수한 규모에 못지않다. 개인들이 고금리와 전기차 수요 둔화에 2차전지주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 6일부터 22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유일 2차전지주 인버스 ETF인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를 528억32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인버스와 레버리지 ETF를 포함한 배터리 테마 ETF 중 개인의 순매수 규모에서 압도적 1위다. 2위를 차지한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가 246억900만원을 기록했는데 1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3위인 'TIGER 2차전지소재Fn'도 164억원으로 역시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지난 6일부터 22일까지 국내에 상장된 2차전지 테마 ETF 13개 중 1위인 인버스 ETF를 제외하고 나머지 12개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액은 총 726억6000만원이다.
2차전지 인버스 ETF 한 개 종목의 순매수 금액(약 528억원)과 배터리주 ETF 전체 순매수 금액을 비교해볼 수 있을 정도로 개인들이 2차전지 하락에 거는 기대가 큰 셈이다.
문제는 시장이 개인투자자들 기대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기간 개인들이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를 매수한 평균 단가는 2만2640원이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3.34% 손해를 보고 있다.
개인들은 공매도 금지 초기만 해도 5%대 수익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2차전지가 이번주 들어 크게 반등하면서 수익률을 모두 반납하고 오히려 손해를 입었다. 코스피는 21일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지난 6일 이후 11거래일 만에 2500을 넘었다. 글로벌 긴축 완화 기대감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뉴욕 증시 기술주가 강세를 보인 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들은 이번주 들어 2차전지주도 사들이고 있다. 지난 20~22일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 순위에는 에코프로가 396억5800만원으로 4위에 들었다. SKC(121억원) 금양(119억원) 등 2차전지주도 순위에 올랐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로봇, 2차전지 등 특정 테마에 대한 순환매가 지속되는 모습"이라며 "코스피는 2515에 위치한 기술적 저항을 돌파하려는 시도와 추가 상승 모멘텀 찾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