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며 채권 시장이 때이른 호황세를 맞았다. 회사채,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 등 크레디트 채권의 가산금리가 축소되면서 발행 규모는 급증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카드채 순발행 규모는 1조2550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400억원이 순상환됐지만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달 5270억원이 순상환됐던 캐피털채는 이달 순발행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다.
공사채·공단채의 순발행 규모도 지난달 2조7200억원대에서 이달 3조원을 넘겼다.
지방채의 순발행 규모는 이달 들어 7616억원으로 지난달 1265억원 대비 5배 이상으로 늘었다.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는 축소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와 회사채(무보증 AA-) 간 금리 차이는 지난 24일 76.6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열흘 전까지만 해도 85bp 수준이었지만 연일 간격을 좁히고 있다. 스프레드가 작아질수록 회사채 발행 기업은 부담을 덜게 된다.
자금조달이 비교적 유리해진 상황에 회사채 시장에서는 증액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삼양홀딩스(신용등급 AA-)는 2~3년물 1000억원을 모집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5200억원의 주문을 받자 1900억원으로 발행 규모를 늘렸다.
통상 연말께 호황을 맞는 채권시장이 한 달가량 이른 시기에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11월 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동결되자 시장이 이를 금리 인상 종료 신호로 받아들인 영향이다.
이후 미 국채 금리가 강세를 보이자 국고채 금리도 이에 연동돼 하락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를 웃돌았지만 지난 24일 기준 3.667%로 내려왔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하락하는 등 경기 둔화가 수치로도 확인되며 내년 상반기에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변동성이 컸던 국고채가 강세 흐름을 탄 데다가 채권형 펀드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크레디트 채권 강세에도 영향을 줬다.
기관들이 내년 채권시장이 더욱 강세를 나타내기 전에 매수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크레디트 시장의 호황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