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국내에서 거래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총액이 120조원을 돌파했다.

100조원 돌파의 금자탑을 쌓은지 5개월만이다. 올해 고금리 상황이 지속된 가운데,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ETF를 비롯해 채권형과 금리형 등 다양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121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10월 말 108조7000억원과 비교해도 12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6월 100조원의 순자산총액을 돌파한 뒤 5개월만의 기록이다.

ETF는 시장을 대표하는 다양한 지수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로, 상품이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국내 ETF 시장은 2002년 10월 14일 4개 종목, 순자산총액 3552억 원으로 첫발을 뗀 뒤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2011년 11월 순자산 10조 원을 돌파했고, 2019년 12월 50조 원을 달성했다. 이후 3년 반만에 100조 원 규모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말 기준 2조9000억원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다. 거래대금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0월말에 비해 4652억원이 늘었고, 거래량도 3억6000만주로 전월 대비 2617만 주가 더 늘었다.

ETF 순자산총액 100조원을 돌파한 6월말에 상장된 ETF 종목수가 733종목이었는데, 5개월여만에 803종목으로 70개가 늘었다. 올 하반기에만 월 평균 14개의 신규 ETF가 상장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로, 다양한 종목이 담겨 있어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일반 펀드와 비교해 비용이 적게 든다. 추종하는 지수나 편입 종목에 따라 주식뿐 아니라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상품군에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TF 시장 개설 초기에는 기관투자자 비중이 전체 70%까지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일반 개인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상품으로 발돋움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말 호가계좌수를 기준으로 보면 국민 17명 중 1명은 ETF 투자자다. 국민 자산 증식을 위한 대표적인 간접투자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개인투자자들의 ETF에 대한 인기는 코로나19 이후 본격화했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에서 통화, 원자재, 부동산 등으로 기초자산이 다각화된데다, 우량 빅테크 종목들로 구성된 ETF가 연이어 출시되면서 개인투자자의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ETF 시장이 커지고 상품도 다양화하면서 순자산을 늘리고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자산운용사 경쟁도 뜨겁다.

현재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 1위는 지난달 말 기준 49조7000억원을 기록한 삼성자산운용이다. 2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45조5000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했다.

KB자산운용 9조2000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 5조6000억원, 한화자산운용 2조9000억원, 키움투자자산운용 2조8000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ETF 시장 규모로는 아직 아시아에서도 5위권 수준이다. 일본의 ETF 시장이 600조원, 중국 300조원, 대만 150조원, 호주 130조원이고, 한국은 그 뒤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