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품는 하림, 기대와 우려 '반반'
입력 : 2023.12.19 11:01:10
제목 : HMM 품는 하림, 기대와 우려 '반반'
단숨에 재계 10위권 진입…'승자의 저주' 극복하고 해운 시너지 낼까[톱데일리]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에이치엠엠)이 하림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하림은 단숨에 국내 10위권 대기업 반열에 오르게 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6조원 넘는 거금을 투입해 HMM을 품더라도 침체된 해운업황을 고려하면 마냥 '장밋빛 전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동원 누르고 승자 등극한 하림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는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HMM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채권단이 보유한 3억9879만주(57.9%)다. 인수가는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HMM 매각을 위해 실시한 본입찰엔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최종 입찰에 참여했다. 하림그룹이 제시한 인수가는 동원그룹이 써낸 가격보다 1000~2000억원 가량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인수 희망 가격을 비롯해 자금 조달 계획과 인수 뒤 경영 계획 등을 종합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하림그룹이 지난 2015년 팬오션(구 STX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인수하며 해운업 운영 경험을 쌓은 점도 정량 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하림이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매각 측에 잔여 영구채(1조6800억원 규모)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우선협상대상 발표가 한 차례 지연됐다. 해당 조건이 공정성 논란이 일자 산업은행이 이를 거부하고 하림도 끝내 받아들이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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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 43조 대기업 탄생, 단번에 재계 13위 진입 기회
인수가 마무리 되면 하림그룹은 단숨에 몸집이 2배 이상 커지게 된다. HMM은 올해 4월 말 기준 공정자산 25조7880억원 규모를 보유한 재계 19위 그룹이다. HMM보다 덩치가 작은 재계 27위 하림(17조910억원)이 HMM을 품으면 단순 자산 합산 약 43조원에 육박하는 그룹으로 도약하게 된다.
단번에 재계 10위권 상단 대기업 순위에 안착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국내 재계 서열 14위 한진(37조8260억원), 15위 카카오(34조2070억원)을 뛰어넘고 12위 KT(45조8660억원), 13위 CJ(40조6970억원) 등 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게 될 전망이다. 한 번에 그룹 순위가 14계단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렇다고 이번 인수가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 하림그룹의 HMM 인수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로 나뉘고 있다. 하림에게는 성장의 기회이지만 자금 조달의 부담으로 그룹 전반의 재무 상황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 하림이 '승자의 저주' 우려를 극복하고 침체된 해운업을 버텨낼 체력이 있는지 여부도 입증해 내야 한다.
하림그룹이 본계약까지 마치는 데 장애물이 많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자금력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자기보다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위기 발생 시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일각에선 하림그룹이 10조원에 달하는 HMM의 현금 유보금을 돈줄로 활용할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하림은 HMM 인수로 벌크선 사업 시너지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팬오션은 국 내 1위 벌크해운사로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연간 화물 1억톤(t)을 운송하고 있다. HMM을 인수하면 영업망이나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선박 연료 등 유지 관리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HMM 입장에서도 '주인 없는 회사'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으로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과거 현대상선이었던 HMM은 2013년 말 유동성 위기로 6조8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수혈받고 산업은행 관리 하에 들어갔지만 2019년까지 적자 운영에 놓이며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앞서 하림그룹의 인수주체로 나선 팬오션은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했다. 호반그룹과 손잡고 약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추진하고 있는 단계다.
최종적으로 하림은 3조원 가량의 자기자본에 인수 금융 3조5000억원 등 6조4000억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HMM 인수 주체 팬오션의 3분기 기준 5697억원 현금 자산 기반과 그룹 차원의 영구채 발행과 자산 유동화로, 하림은 자체적으로 3조2500억원 수준의 현금성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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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업 격랑 속으로…하림 경영 능력 입증 관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침체된 해운업황은 향후 하림에게 불안 요소다. 현재 해운업황은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부진, 운송선박의 공급 증가 등으로 하락세가 불가피하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3분기 886∼1043으로, 지난해 동기(1922∼4203)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점유율 세계 1, 2위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Maersk)가 구성한 해운동맹 2M의 2025년 해체가 확정됐다. 현재 2M,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등 3개 동맹으로 이뤄지던 해운 균형이 깨지면 업계 경쟁이 더 심해지고 운임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MM의 올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4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감했다. HMM의 실적 만회가 시급한 상황에서 컨테이너선사 운영 경험이 없는 하림이 글로벌 컨테이너선사 중 초대형선(1만TEU급 이상 선복량 기준)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HMM을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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