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필라델피아지수 추종 ETF 작년이후 자금 3500억 유출 AI·소부장상품 2200억 유입 엔비디아 등 대장주 급등에 多종목 인덱스상품은 찬바람 ARM 주가 20% 떨어지자 삼전·하이닉스 일제히 약세
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대표 인덱스 추종 상품을 선호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인공지능(AI) 특수로 수혜 분야가 세분화됨에 따라 테마형 상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미국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를 지난해 초부터 올해 2월까지 351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2022년에는 4657억원을 순매수했다는 걸 고려하면 정반대 매매 동향을 보인 셈이다.
반면 해당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1등 기업, 핵심 공정 등 테마형 반도체 ETF를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SOL 반도체소부장Fn' ETF를 68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도체 분야별 1등 기업만 담는 'TIGER Fn반도체TOP10'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도 각각 681억원, 542억원어치 사들였다. 그 밖에 반도체 핵심 공정·장비 관련 상품도 30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변화한 것은 최근 반도체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2022년 전방 정보기술(IT) 수요가 위축되며 시장 성장세가 잠깐 멈춘 후 AI 모멘텀이 발생한 종목을 중심으로 실적 성장이 나타나는 차별화 장세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수급이 개선되는 소위 대장주에 집중 투자하길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이 같은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에 반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대표적인 글로벌 반도체 업종 인덱스로 AI 관련주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계·제조·유통기업을 모두 담고 있다. 엔비디아,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 브로드컴 등 AI 대표 수혜주를 비롯해 램리서치,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마벨테크놀로지, 글로벌파운드리 등도 편입 대상이어서 AI 트렌드에만 집중하는 상품은 아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차이가 나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올해 들어 10.8%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는 20.12% 급등했다. 해당 상품은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장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4개 분야 대표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포트폴리오 내에 엔비디아, ASML홀딩, TSMC, 삼성전자 비중이 각각 20% 이상이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은 "과거 종합 반도체 기업들이 산업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각 영역 1위 기업들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트렌드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밝혔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반도체 ETF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절대 강자 상품이 사라진 대신 개인투자자 투자 성향에 따라 다양한 상품으로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이 같은 시장 상황에 주목해 반도체 테마 상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이날 국내 반도체 기업을 전공정·후공정 등 공정별로 세분화해 투자할 수 있는 'SOL 반도체전공정'과 'SOL 반도체후공정' ETF를 상장했다.
반도체 전공정은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려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반도체 후공정은 웨이퍼 제조작업 이후에 진행되는 패키징과 테스트 과정이다. 전공정 기업은 메모리 판가 상승과 가동률 회복에 대한 수혜를, 후공정 기업은 AI 특수에 따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한편 1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ARM홀딩스 주가가 19.46% 급락하면서 이날 국내 주요 반도체 종목 주가도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6%, 0.87% 떨어졌다. 반면 온디바이스(On-Device) AI 관련주인 HPSP와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주가는 각각 3.88%, 12.72%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