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대만 재역전 소득 증가율 1%대 게걸음 지속 4만弗 달성 속도 선진국 못미쳐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바닥을 짚고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3만달러에 머물며 저성장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진국들이 단기간에 소득 3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올라섰던 점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5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가 3만3745달러로 1년 동안 2.6% 늘었다고 밝혔다. 달러로 환산한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2.4% 늘어난 데다 달러당 원화값도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2022년에는 글로벌 강달러 현상으로 원화값이 12.9% 추락했는데 지난해에는 1.1% 내려가는 데 그쳤다. 지난해 수출이 회복되면서 경제 주체들이 해외에서 벌어온 소득이 늘어난 영향도 한몫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 안주하면 선진국으로 인식되는 GNI 4만달러를 달성하기까지 16년이 더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생·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는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더 강한 성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일경제가 최근 국민소득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2040년 4만167달러로 처음 GNI 4만달러 고지를 밟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이 처음 GNI 3만달러를 넘었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증가율(1.03%)만큼 국민소득이 늘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시나리오다.
소득 증가율이 계속 1%대에 머물면 한국이 GNI 3만달러에 진입한 후 4만달러가 되는 데 23년이 걸리게 된다. 미국이 8년, 일본과 독일이 3년, 영국이 2년 걸렸던 것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느린 속도다.
문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노동·기업환경을 비롯해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구 충격까지 겹치며 저성장이 굳어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은 이미 급격히 꺾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로 추정된다.
OECD 장기 성장 전망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잠재 성장률은 2010~2020년 3.09%에서 2020~2030년 1.89%까지 줄어든 뒤 2050~2060년에는 -0.03%로 마이너스 상태에 빠진다. 2001~2005년 잠재 성장률이 5.1%였던 것에 비춰 보면 불과 20여 년 사이에 경제 체력이 반 토막 났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부쩍 높아졌던 기업비용을 낮추고 각종 규제와 노동환경을 개선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