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서 출산지원금 1억원 받은 직장인, 세금 2500만원 절감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이희조 기자(love@mk.co.kr)

입력 : 2024.03.05 17:59:41 I 수정 : 2024.03.05 18:03:25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자녀 낳고 2년내 지급땐 혜택
올해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
법인세 경감 효과도 톡톡
출산 지원 기업 늘어날 듯
직원 자녀에 직접 증여한 부영
취소후 직원에 지급땐 비과세




◆ 청년대책 속도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정부가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 전액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6세 이하 자녀에 대한 출산·양육지원금은 월 20만원(연 240만원)까지 과세하지 않는데, 자녀를 낳은 직원들에게 2년 이내 지급(최대 2차례)한 기업 지원금에 대해 비과세 한도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이 근로자에게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때 기업도, 근로자도 추가적인 세 부담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미 출산지원금을 지급한 기업도 올해 1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한다. 핵심은 출산 명목으로 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한 지원금에 100% 비과세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행법상 연봉이 5000만원인 직장인이 출산지원금 1억원을 근로소득 형식으로 받으면 소득세 2750만원을 낸다. 하지만 정부 방침대로 소득세법을 개정하면 1억원은 전액 비과세되고 연봉에만 세금을 매겨 최종적으로 내야 할 세금은 250만원으로 낮아진다.

다만 지원금이 탈세로 악용되는 소지를 막기 위해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지원은 비과세 혜택에서 제외한다.





최근 부영그룹이 임직원에게 자녀당 1억원씩 제공한 출산지원금은 이번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영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근로소득이 아닌 직원 자녀에게 직접 주는 증여 형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아닌 그 자녀에게 지급된 출산지원금은 '근로자가 받아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최소 10%)를 부과한다. 당초 부영그룹은 직원 자녀들에게 1억원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지급하면서 세제 혜택을 요구했지만 부영을 위해 세제 전반을 뜯어고치기는 부담스럽다는 점을 감안해 통상 근로소득 기준에 맞춰 비과세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부영이 직원 자녀에 대한 증여를 취소하고 다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형식으로 전환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길을 열어놨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부영은 정책 입안 전 여러 세 부담을 고려해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을 취했다"며 "부영 등 기업들과 협의해 필요하면 증여를 취소하고 근로소득세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영그룹 이외에 다른 기업들도 출산 장려를 위한 현금성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 중인데 정부 개편안이 나오면서 민간 차원의 지원책이 더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직까지 기업에서 출산 지원을 받은 근로자 규모는 크지 않다. 현행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월 20만원)를 넘는 지원금을 주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을 신고한 근로자는 47만2380명으로 전체의 2.3%에 그쳤다.

정부가 세법을 고쳐 민간기업의 자발적인 출산 지원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려는 것은 그만큼 저출생 위기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72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명으로 0.7명 선마저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은 총인구가 지난해 5171만명에서 2072년 3622만명으로 1549만명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합계출산율이 현재 0.7명 선에서 완만히 회복될 것을 가정한 중위추계다.

중위추계에서는 인구가 2041년(4985만명) 처음 5000만명 밑으로 가라앉지만 출산율이 0.7~0.8명으로 정체된 최악의 시나리오(저위추계)에서 5000만명 붕괴 시점은 불과 9년 뒤인 2033년(4981만명)으로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출산지원금에 대한 세제 혜택과 함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임신한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사실혼을 포함해 다양한 결혼 제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30대 가구의 절반 이상이 맞벌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기업들이 일·가정 양립 제도를 잘 수용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더 촘촘히 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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