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외펀드 자금 살펴보니 설정액 美·中·인도순 증가 中부양책에 3천억 늘었지만 수익률 손실로 순자산 찔끔 日 800억 유입에 그쳤지만 역대급 증시에 평가액 껑충
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 못지않게 해외 자산을 담은 펀드를 활용하는 간접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해외 투자 펀드 가운데 미국·중국·인도 순으로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 중 올해 설정액이 가장 많이 급증한 상품은 북미(미국) 펀드로 집계됐다. 북미 펀드 설정액은 지난 4일 기준 12조9733억원으로 지난해 말 11조7943억원 대비 1조1790억원 증가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기술주 중심으로 증시 호조가 지속되자 두 달 만에 1조원 넘는 금액이 새로 유입된 것이다.
그 뒤를 잇는 것은 중국 펀드로 지난해 말 6조6159억원이던 설정액이 4일 기준 6조9353억원으로 3194억원 늘었다. 작년까지 부동산 위기와 경기 침체 탓에 추락하던 중국 증시가 중국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책 영향으로 1년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자 지금이 저점에 매수할 시기라고 본 투자자들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포스트 중국'으로 주목받는 인도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올해 2415억원이 추가되며 설정액 규모(1조722억원)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미·중이 갈등을 빚으면서 세계 최대 규모 인구와 저렴한 노동력을 무기로 중국에서 이탈한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은 덕에 인도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4조달러(약 5335조원)를 돌파해 홍콩을 넘어선 글로벌 4위 시장으로 올라섰다.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니프티50은 지난 5년간 2배나 상승했는데 올해 역시 고공 행진 중인 만큼 이 같은 급등세에 올라타려는 투자자금이 관련 펀드로 집중되고 있다.
반면 실제 펀드 운용 성과가 반영되는 순자산 변동 결과는 국가별로 희비가 갈렸다. 중국 펀드 순자산은 지난해 말 5조3391억원에서 4일 5조4113억원으로 올해 들어 72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 펀드 설정액이 3000억원 넘게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새로 투입된 금액보다 오히려 자산 규모가 줄어든 것인데,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탓에 그만큼 자금이 증발한 것이다. 중국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4일 기준 -1.95%로 아직 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진한 중국 펀드 대신 일본 펀드가 올해 들어 급격히 순자산이 늘었다. 일본 펀드 설정액은 4일 기준 작년 대비 839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순자산은 무려 2120억원이나 불어났다. 증가액 순위로는 전체 국가 중 세 번째지만 순자산 증가 비율(46.48%)로만 보면 인도(30.63%)와 미국(16.36%)을 훌쩍 뛰어넘는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 주가(닛케이지수)가 지난 4일 사상 처음 4만을 돌파하는 등 역대급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관련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도쿄거래소 프라임 시장 상장사를 담은 TOPIX지수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ACE 일본TOPIX레버리지(H)가 연초 대비 32.0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편 올해 들어 순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별 펀드는 북미 펀드로 이달 4일까지 3조3124억원이 증가했다. 인도 펀드는 같은 기간 5121억원 늘어 2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