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쟁의도 면책, 정치파업도 합법 … 강성노조 날개 달아준 野

이종혁 기자(2jhyeok@mk.co.kr),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입력 : 2023.02.15 17:45:20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결국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한 이 개정안에 대해 재계와 법조계는 노사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고 노조의 불법성, 정치적 파업을 만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은 노조 표심을 의식해 기업들 호소에는 귀를 막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는 15일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이 개정 법안은 노사 교섭에서 사용자 범위를 원도급까지 확대하면서도 노조의 파업 등 쟁의로 인한 기업의 손해에 대해 배상 청구를 제한한다. 환노위 법안소위는 8명 위원 중 민주당 4명, 정의당 1명, 국민의힘 3명으로 여당이 절대 불리한 구조다. 야당은 오는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 노란봉투법을 상정하고 이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환노위 전체 위원 구성도 민주당 9명, 정의당 1명, 국민의힘 6명으로 민주당의 과반 처리가 가능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법안의 최종 통과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기로 했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며 즉각 불복 의사를 밝혔고, 안건조정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다시 법안을 다뤄보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단 법안을 계류시켜 본회의 부의를 막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 의석수 과반인 168석을 점한 민주당은 아직 카드가 남아 있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회부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본회의 직회부는 법사위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60일간 법안이 머물러 있으면 국회 본회의로 직행시킬 수 있는 제도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에서 60일이 경과된 뒤 다시 환노위로 오면 절차대로 의결하고 (본회의 직회부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노란봉투법 개정에 찬성하는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는 "하도급과 비정규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 개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도급 업체 노조가 원도급을 상대로 벌이는 파업을 정당화하고 원도급 사용자를 단체 교섭 테이블로 강제로 끌어낼 수 있는 근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조계는 이번 법 개정이 노사 관계에 대규모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종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교섭 결과 원도급과 하도급 노조 사이에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하도급 업체는 독립된 사업주인데도 자신이 체결하지 않은 단협 적용을 받는 문제가 있다. 또 하도급 업체는 단체교섭 당사자가 아닌데도 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 행위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법상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와의 충돌 가능성도 법조계가 제기하는 우려다.

재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3일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가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공동 성명까지 발표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 경제와 산업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동쟁의 개념 확대는 자칫 정치 파업의 정당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 법 개정안은 노조법상 노동쟁의에 대해 '근로 조건 및 노동 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 상태'로 재정의했다. 기존 법령은 '근로 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에 대해서만 노동쟁의를 합법으로 규정한다. 즉, 개정안은 근로 조건뿐 아니라 노사 당사자 간 주장의 불일치가 있는 현안까지 노동쟁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합법 노동쟁의의 경계를 확 넓히면서 이번 개정안으로 정치 파업까지 노동쟁의로 정당화되는 구실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예 노사 간 제반 문제를 합의가 아닌 쟁의로 해결하는 경향이 일반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기업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파업 등 노조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개정안도 재계와 법조계의 비판이 많다. 개정안은 폭력과 파괴를 제외한 불법적 쟁의 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했다. 여기에 폭력과 파괴로 인한 경우라도 노조가 결정했다면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했으며 배상 청구액도 노조 존립을 해치지 않는 선으로 제한했다. 노동계는 개정의 근거로 국제노동기구(ILO)가 기업 손배소의 청구 제한을 권고한 사실을 들지만 외국 역시 불법쟁의 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상황이다.

[이종혁 기자 / 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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