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대에 막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이번엔 바뀔까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이창훈 기자(lee.changhoon@mk.co.kr)
입력 : 2023.02.15 19:34:09
입력 : 2023.02.15 19:34:09
![](https://wimg.mk.co.kr/news/cms/202302/15/news-p.v1.20230215.46537d5529a34590b67d7e746fee0a3b_P1.jpg)
30대 직장인 손 모씨는 지난 2010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지만, 한 번도 보험금을 청구해본 적이 없다. 손 씨는 “크게 아픈 일이 없었고 어쩌다 병원에 가도 진료비가 5000원, 8000원 수준이어서 진단서 떼는 비용이 더 들겠다 싶었다”면서 “괜히 소액으로 여러 번 청구했다가 나중에 실손보험 갱신이 안될까봐 그냥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실손 가입자가 비슷한 이유로 소액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보험 업계와 시민단체(보험 소비자)는 번거로운 종이서류 제출 없이 클릭 몇 번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의료계 반발로 14년째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2월 국회에만 6개의 관련 개정안이 상정된 가운데,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27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27일 법안소위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2020년부터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총 6개로 의료기관의 전자증빙자료 발급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전재수, 김병욱 의원안은 ‘전문기관 위탁’을 제안했고 윤창헌, 고용진, 정청래, 배진교 의원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탁’을 내걸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심평원 위탁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최근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 후보로 급부상했다. 실손 청구 간소화가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데다, 정치권에서도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어 이번에는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행 실손보험금 청구 시스템은 모두가 불편한 구조다. 소비자들은 서류 발급을 위해 병원에 방문해야 하고 의료기관 원무과는 서류발급 업무에 시달린다. 보험사는 종이문서를 심사한 뒤 전산으로 다시 입력해 보관하는 등 소모적인 업무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간 수억장의 종이가 한번 쓰고 버려진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소액을 청구한다고 실손보험 갱신이 안된다는 것은 오해다. 적은 금액이라도 청구해서 받는 것이 좋다”면서 “고객들이 몇 천원까지 다 청구하면 지급 보험금은 늘어나겠지만, 관련 업무나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의료기관은 보험사 및 관련 스타트업과 제휴를 맺고 자체적으로 청구 간소화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참여해야 청구 전산화와 간소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전국 요양기관(병의원, 약국 등)은 9만6000곳이 넘는다.
관건은 의료계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다. 의료계는 예전과 달리 민관주도 TF에 참여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환자 민감정보 보안이 우려되며, 실손보험 청구화가 보험료율 인상의 근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법제화를 찬성하지 않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최근 급부상한 보험개발원 중계기관 역할론에 대해서도 “심평원 외에 보험개발원 역시 기관 성격상 적절한 기관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금융소비자 단체는 의료계 반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실손 보험은 국민 대다수인 4000만명이 가입한 상품이지만 청구가 불편해 1차 병원 진료비 등 소액 보험금은 청구를 포기하는 것이 실상”이라며 “의료계가 이를 거부한다면 입법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며 강한 처리의사를 밝혔다. 한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도 “모든 금융서비스와 산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손 청구 간소화만 14년전에 머물러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의료계 이기주의 때문에 전국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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