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매출 두토끼 잡은 대표株 고금리·원자재값 상승 뚫고 허리띠 졸라매 역대급 실적 LG엔솔, 전고체 배터리 투자 꾸준 2025년 예상 영업이익률 13.5% 메타, 직원 22% 줄이고 AI 집중 지난해 영업이익률 40% 우뚝 유니클로 보유한 패스트리테일링 재고관리 덕 3년새 이익률 2배
2023년은 글로벌 기업들에 혹독한 한 해였다.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진행된 인플레이션으로 비용 부담이 급증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담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용이 늘어나는 부분을 매출 증가로 상쇄하는 것이다.
한·미·일 3국 중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혹독한 비용 상승 시기를 극복한 기업들이 2024년 상반기에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주머니에 넣은 송곳은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는 '낭중지추' 주식으로도 불린다.
최근 각국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2023년도 실적을 확정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메타플랫폼스(메타), 패스트리테일링은 되레 강점이 도드라지며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강점은 독점적 지위를 통한 매출 성장,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비용을 통제해 마진(이익률)이 올랐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세 종목은 올해 이후 내년 실적이 더 기대되면서 중장기 투자로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LG엔솔 주식을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사 모으고 있다. 올 들어 1월 19일까지 순매수 금액이 1000억원을 넘었다.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배터리 역시 업황이 좋지 않지만 LG엔솔은 역주행 중이다. 특히 다른 시총 상위 9개 종목과 비교해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삼성전자 등 시총 상위 10곳의 2023년 연간 매출 총합은 748조8750억원이었다. 이는 2022년(762조3050억원) 대비 1.8%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2022년 10.5%에서 2023년 5%로 반 토막이 났다. 매출은 하락했는데 비용이 늘어서다. 2022년 16.1%였던 판관비율이 2023년 16.7%로 오히려 올랐다. 판관비는 임직원 급여, 성과급, 복리후생비, 광고비 등 제품 판매 유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뜻한다.
LG엔솔의 경우 작년 33조7455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32%나 성장했다. 같은 기간 판관비가 12.3% 늘었지만 매출 성장 기울기가 더 가팔라 판관비율 자체는 12.3%에서 12%로 오히려 낮아졌다. 비용 증가의 주요 원인은 2022년 말 1만1080명이었던 직원 수가 2023년 말 1만2166명으로 9.8%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배터리 연구 인력으로 오히려 투자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LG엔솔은 작년에 연구개발(R&D) 비용으로 1조374억원을 지출했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3.1%다. LG엔솔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LG엔솔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은 2030년으로, 경쟁사들(2026~2027년)보다 늦지만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의 불확실한 목표에만 매달리는 건 아니다.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부상할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오는 8월에 양산하기로 했다.
최근 정부의 전폭적 지지 방침도 나와 양산 시점을 맞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2170 기준)보다 부피당 출력이 6배 향상됐다. 증권가는 LG엔솔 매출에 대해 올해는 투자가 집중돼 다소 주춤하겠지만 2025년부터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 매출은 2024년 33조7632억원(에프앤가이드 기준), 2025년 46조352억원으로 추정된다. 실속도 챙기고 있다. 2022년 4.7%였던 영업이익률이 2023년 6.4%, 2024년 8.1%, 2025년에는 13.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는 살벌한 구조조정 중인 미국 빅테크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인력을 줄인 회사다. 블룸버그 데이터를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 시총 상위 10곳을 조사해보니 20개사 중 직원 수 감소율이 가장 높은 두 곳은 일본 히타치(24.8%)와 미국 메타(22.2%)였다. 메타는 2022년 말 8만6482명이었던 직원 수가 2023년 말 6만7313명으로 급감했다. 1년간의 혹독한 구조조정과 인공지능(AI) 투자로의 방향 선회는 메타 주가를 1년간 151%나 오르게 만든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작년부터 메타는 마진 기준으로 우선순위가 낮은 팀이나 프로젝트를 취소해 정리해고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은 메타의 본업인 광고 매출 증가의 촉매가 되고 있다. 메타는 작년 7월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2'를 출시하며 오픈AI 'GPT-4'와의 경쟁을 본격화했다. 올해는 '라마3'가 나올 예정인데 이러한 AI 서비스는 이용자의 패턴과 심리를 파악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메타는 SNS 광고에 맞춤형 AI를 도입해 알고리즘 정확도를 높이며 최근 광고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전문 반도체(칩)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타에 대한 월스트리트 전망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주당순이익(EPS)은 2023년 17.13달러였는데 올해는 블룸버그 추정치 기준으로 20.38달러가 예상된다. 이 같은 순익 증가율(19%)은 구글(15%)을 압도한다.
일본 증시에서 유독 몸값이 뛰고 있는 곳은 패스트리테일링이다. 올 들어 이달 19일까지 주가가 31% 올랐는데 시장(닛케이지수 18% 상승)을 크게 이기고 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한때 국내 '불매운동' 사태를 겪었던 유니클로와 국내 백화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미국 브랜드 '띠어리(Theory)'로 요약된다. 유니클로는 가성비 브랜드로 유명하며 띠어리는 고가 상품이다. 매출은 유니클로, 마진은 띠어리 등 고가 브랜드가 담당하는 구조다.
일본 경기가 살아나면서 패스트리테일링 역시 성장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비용을 늘리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매출이 나면서 판관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2022년 대비 2023년 매출은 19.7%나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의 판관비 증가율(18.7%)을 극복했다. 매출 등 재무지표는 11월까지 누적 기준이다. 판관비율은 31.8%에서 31.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2022년 13.2%에서 2023년 14.7%로 상승했다. 2020년만 해도 한 자릿수 마진이었는데 3년 새 이익률이 2배나 상승한 것이다.
이익률 상승의 배경에는 효과적인 재고 관리가 자리 잡고 있다. 2022년 8월 말 4859억엔에 달했던 재고자산은 2023년 8월 말 4493억엔으로 1년 새 7.5% 감소했다.
주식시장에서 패스트리테일링은 자라(Zara)를 보유한 인디텍스와 곧잘 비교된다.인디텍스는 최근 1년 새 재고가 늘어나며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이에 따라 패스트리테일링과 인디텍스의 올해 예상 PER은 각각 44배와 24배다. 지금 당장 패스트리테일링을 매수하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