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막나 안막나…새해 첫달부터 전세금반환 보증사고 역대 최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입력 : 2023.02.16 12:04:49
보증사고 968건 발생
사고금액 2232억원


서울 강서구 대한상공회의소 내 위치한 전세피해 지원센터에서 한 시민이 전세(사기) 피해 접수 관련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 공동취재단]


지난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자와 보증발급금액이 월별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빌라왕’ 사건 등으로 전세사기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올해 HUG가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로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줘야 할 보증금이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6일 HUG 자료에 따르면 지난 1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발급받은 가구수는 2만3241가구로 월별 기준 역대 최다였다. 보증 발급금액 역시 5조608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가입하는 보증상품이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가입자(세입자)에게 지급(대위변제)하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는 방식이다.

발급 가구수는 2013년 451가구에 그쳤으나, 2019년 15만6095가구, 2022년 23만70797가구로 급증했다.

지난달 보증사고도 968건, 보증사고 금액은 2232억원으로 각각 월별 기준 사상 최다,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문제는 대위변제 금액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지난달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돌려준 대위변제액은 1694억원(770가구)으로 마찬가지로 월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위변제액은 작년 1월 523억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같은 해 10월(1087억원)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뒤 4개월째 매달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HUG의 자금 여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대위 변제액이 지난달 수준을 유지한다 해도 연말이면 2조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HUG가 대위변제한 주택 중에는 당초 보증금 반환 의사가 없는 ‘전세사기’ 일당의 물량이 상당수라 자금 회수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사고 규모는 1조1731억원으로, HUG는 이가운데 9241억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줬다. 하지만 임대인에게 회수한 금액은 2490억원에 불과했다. HUG는 이러한 전세사기 피해 물량이 올 하반기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HUG의 자금 여력에도 빨간 불이 커졌다. 주택도시기금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까지만 보증 발급이 가능한데, 작년 12월 말 기준 보증배수가 54.4배까지 올라오며 한계선에 근접했다. 60배를 넘어서면 HUG의 보증상품 공급이 전면 중단된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HUG는 기가입자의 대위변제는 지금 있는 자본으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규 보증 가입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정부 출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기재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전세가율 기준 더 낮춰야”
전세계약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자와 보증발급금액이 월별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일단 HUG 보증 신규 가입 문턱을 높였다.

HUG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주택까지 보증을 해준 것이 전셋값 상승과 무자본 갭투자 확산으로 이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일 발표된 ‘전세사기 피해근절 종합대책’에는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100%에서 90% 이하 주택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집주인이 집값의 최소 10%는 부담해야 정부도 보증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깡통전세 기준이 ‘전세가율 80% 이상’ 주택임을 고려하면, 90%도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임차인 보호’라는 보증보험제도 취지를 생각할 때, 추가 하향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세가율을 낮추면 낮출수록 깡통전세 사고 가능성은 줄어들지만, 전세가율이 높은 도시형생활주택·빌라·오피스텔 등은 가입 거절 사례가 늘어 서민·주거취약 계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정부는 상습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에 대해 신상 공개라는 카드도 꺼내들었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의 법적 근거를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신상 공개 대상이 되는 ‘악성 임대인’은 총 2억원 이상의 임차보증금을 변제하지 않아 HUG가 대신 내주고, 구상채무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 이내 2건의 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이다. 공개 정보는 악성 임대인의 이름과 나이, 주소, 반환채무·구상채무에 관한 사항 등이다. 공개가 확정된 임대인 정보는 국토부 ‘안심전세’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상 정보 공개 요건이 충족되면 일정 기간 당사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고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단, 임대인이 사망했거나 구상채무와 관련해 민사소송 중인 경우 등 대통령이 정한 사유가 있을 때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편,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를 골자로 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은 2021년 9월 최초 발의 후 2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명 ‘빌라왕’ 사망을 계기로 조직적 전세사기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국회가 대책입법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거세지자 해당 개정법률안은 지난 14일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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