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시총, 엑슨모빌에 역전당했다 …머스크, 실적 발표 앞두고 비상 대응

김인오 기자(mery@mk.co.kr)

입력 : 2024.04.21 14:11:57 I 수정 : 2024.04.21 17:58:24
올해 주가 41%급락한 테슬라
17%뛴 엑손모빌에 추월당해

23일 분기 실적 발표 앞두고
머스크, 인도 방문 돌연 연기
테슬라 또 전기차 가격 인하
자율주행사용료도 33%할인

20일 엔비디아 10% 급락에
머스크 “새로운 숫자네” 반응


사진 =김인오 기자
최근 한 달 간 한국인 투자자가 집중 매수한 전기차 간판 기업 테슬라 주가가 연달아 떨어지면서 시가총액이 석유기업 대장주 엑손모빌에 밀려났다.

전기차 시장이 수요 부진과 중국산 저가차 출혈경쟁에 눌린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 인도 방문을 돌연 올해 연말로 미루는 한편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 내 전기차 추가 할인에 나섰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관련 기업들 주가가 내리막길을 타는 가운데 엑손모빌은 고유가에 따른 마진 확대 기대감과 고배당주 매력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부각된 결과 주가도 강세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테슬라 올해 연중 주가 흐름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테슬라 주가가 전날 보다 1.92% 떨어져 1주당 147.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엑손모빌은 1.15% 오른 119.88 달러에 마감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약 41% 급락한 반면 엑손모빌은 17% 올라서 대비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날 테슬라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엑손모빌에 밀려났다.

19일 종가를 기준으로 테슬라 시총은 4690억달러로 쪼그라들면서 미국기업 기준 시총 14위로 내려앉은 반면 엑손모빌은 4750억달러로 불어나면서 시총 13위로 올라섰다. 엑손모빌이 테슬라 시총을 앞지른 것은 지난 202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일론 머스크 X 계정
주가 급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23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머스크 CEO 는 이번 주 인도를 찾아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려던 일정을 돌연 연기했다.

그는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불행하게도 테슬라에 대한 매우 무거운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인도 방문을 연기한다”면서 “인도는 올해 말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23일 장 마감 직후 실적을 공개한다.

한편 테슬라는 지난 주말 미국과 중국 내 전기차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가격을 이전 24만5900위안에서 23만1900위안으로 낮추는 한편 모델 Y는 기존 26만3900위안에서 24만9900위안으로 인하한다.

북미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서 역시 모델 X 가격을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한편 모델 Y 도 가장 저렴한 라인은 4만2990달러선으로 인하하는 가 하면 모델 Y 내 다른 두 라인 가격도 각각 2000 달러 할인하는 식이다.

이밖에 회사는 미국 내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사용료 가격을 일시불 기준 1만2000달러에서 8000달러로 대폭 인하했다. 작년에 1만5000달러에서 1만2000달러로 인하한 후 올해 추가 할인에 나선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가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해 시총이 2000억 달러 이상 줄었다는 X 계정 언급에 대해 ‘새로운 숫자네’라고 반응해 눈길을 끌었다.
테슬라 주가 낙폭이 두드러지자 최근 한 달 간 해당 종목을 앞다퉈 매수해온 한국 투자자들은 회사 경영진이 분기 실적 발표에서 어떤 발언을 내놓을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21일 한국 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달 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집계 기준으로 테슬라 주식을 4억832만달러(약 5631억원)어치 순매수 했다.

주목할 부분은 앞으로의 실적 전망이다.

이미 테슬라의 올해 1분기(1~3월) 실적 기대감은 희미해진 상태다. 중국의 경우 샤오미가 올해 저가차 출혈 경쟁에 뛰어들면서 시장 점유율 빼앗기에 나섰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샤오미가 첫 전기차인 SU7 를 올해 한 대 팔 때마다 평균 6800위안(약 130만원) 씩 손해를 볼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 CBS디트로이트 집계를 보면 올해 1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7% 늘어난 26만8000대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 대비 눈에 띄게 둔화된 수준이며 올해 1분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7.1%로 작년 1분기(7.6%)보다 줄었다.

이는 테슬라가 주력 시장인 중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판매 부진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달 초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전세계 전기차 인도량이 약 38만7000대라고 밝혔는데 작년 1분기 인도량(42만3000대) 대비 약 9% 줄어든 수준이었다.

이밖에 투자자들은 모델2 출시 보류를 비롯해 로보택시 사업과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자율주행 확대와 관련해 경영진이 어떤 언급을 할 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머스크 CEO 는 오는 8월 께 로보택시 사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투자 기대감을 산 바 있다. 그간 투자자들이 기대해온 광고 확대나 배당 지급에 대한 발표가 있을 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테슬라 뿐 아니라 친환경 관련주도 매도세가 부각되는 분위기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퍼스트트러스트 나스닥 클린엣지 그린 에너지 ETF (QCLN) 와 태양에너지에 투자하는 인베스코 솔라 ETF (TAN) 는 각각 27% , 24% 떨어졌다.

엑손모빌 올해 주가 흐름
한편 엑손모빌은 사업 수익성을 키우고 있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공급 불안에도 불구하고 그간 개발해온 미국 퍼미안 분지와 남미 가이아나 일대 해상 유전을 통해 원유 생산 여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오는 5월 말 이후 미국 드라이빙 시즌에 따른 계절적 수요 증가도 엑손모빌 주가를 떠받치는 부차적인 변수다. 투자 수요 측면에서는 엑손모빌이 배당 수익률(3.17%) 측면에서 3% 가 넘는 배당 귀족주라는 점이 최근 하락장세에서 매력으로 부각됐다.

다만 단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친환경주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엑손모빌은 ‘프로젝트 에버그린’을 내걸고 오는 2026년까지 미국 아칸소 주에서 리튬 채굴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선임 연구원은 19일 투자 메모를 통해 테슬라에 대한 ‘시장 수익률 상회’ 투자의견과 더불어 12개월 목표가 300달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과거 2015년과 2018년, 2020년에도 테슬라가 불안정한 시기를 겪은 적이 있지만 지금 상황은 매우 다르다”면서 “테슬라 주가를 떠받쳐온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사 비전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실적 발표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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