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챗GPT' 훈풍 탄 엔비디아 급등 … AI 쏠림·높은 PER 부담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입력 : 2023.02.23 17:28:22 I 수정 : 2023.02.23 17:32:46
작년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데이터센터 수익 11% 증가
수요 늘어난 AI 사업이 견인
게임용 반도체 등 성장둔화
PER 87배 가치 고평가 지적
재고 증가는 주가 악재로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그래픽·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NVDA)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특히 AI 서비스 '챗GPT' 열풍으로 인한 데이터센터(AI칩 포함) 수익이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며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만 데이터센터에 수익 구조가 쏠려 있고 단기간 주가 급등으로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동종 업계 종목 대비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부담으로 지목된다. 재고·현금흐름도 악화하는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정규 시장 종료 후 미국 회계연도 기준 2023년 4분기(한국 기준 2022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60억5100만달러(약 7조8500억원)를 기록하며 월가 추정치(60억100만달러)를 웃돌았다. 주당순이익(EPS)도 0.88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0.81달러)를 상회했다. 특히 게이밍 사업부문 매출액이 직전 분기 대비 16% 증가한 점이 견고한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날 시장이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서 주목한 건 AI 관련 수요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AI 시스템 유지, 확장을 위해서는 대용량·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 엔비디아 GPU 제품의 AI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AI용 반도체가 포함된 데이터센터 사업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4분기 36억1600만달러(약 4조6900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수치인 32억6300만달러(약 4조2300억원) 대비 10.8% 증가했다. 전체 실적이 감소했음에도 AI 사업부문의 수익성은 강화된 것이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사업부문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 1분기 20억4800만달러(약 2조6500억원)였던 데이터센터 매출액은 지난해 43.4% 급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사업은 변곡점에 있으며 모든 산업에 광범위하게 도입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엔비디아는 고객이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의 혁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AI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고 게이밍 부문 매출액이 조기 회복되는 점은 연중 주가 아웃퍼폼 지속에 대한 기대감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과 AI 관련 수익성 강화 소식에 힘입어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207.54달러로 지난해 10월 13일 기록한 저점(108.13달러)보다 약 92%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현 주가에서 66%가량 추가 상승하면 팬데믹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 기록한 역사적 고점(346.47달러)에 근접하게 된다.

월가에선 엔비디아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기관 키방크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기존 220달러에서 280달러로 대폭 상향했다. 투자의견도 '매수'를 유지하며 엔비디아가 반도체 종목 중 가장 상승 동력이 뛰어나다고 봤다. 투자은행 UBS도 최근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기존 200달러에서 270달러로 높였다. 티머시 아커리 UBS 연구원은 "장기적인 AI 기회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시장이 확장됐다는 점은 매우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데이터센터 사업 외 주요 사업부문인 게이밍, 프로페셔널 비주얼라이제이션(디자인 시각화 솔루션)의 수익성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4분기 게이밍 사업부문 매출액은 18억3100만달러(약 2조37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프로페셔널 비주얼라이제이션 사업부문은 같은 기간 64.8%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수익성이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사업부문이 전체적인 실적 성장을 견인하겠지만 기타 사업부문의 부진은 높은 기업가치 정당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맷 브라이슨 웨드부시 연구원은 "AI 잠재력은 크지만 AI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크고 성급하다"고 밝혔다.

특히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8% 급감했다. 반도체 호황기에서 벗어나 경기 침체 현실화로 인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위축이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당순이익도 같은 기간 33.3% 줄었다.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6.8배에 달한다.

일부 재무지표 악화도 포착된다. 1월 말 결산 기준 엔비디아의 재고자산은 51억5900만달러(약 6조6900억원)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1년 전(26억500만달러) 대비 2배가량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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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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