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합의땐 최장 週69시간까지 근로 가능해진다

이종혁 기자(2jhyeok@mk.co.kr), 김시균 기자(sigyun38@mk.co.kr)

입력 : 2023.02.24 17:27:49 I 수정 : 2023.02.24 19:14:34


정부가 현재 주당 52시간까지만 근로할 수 있는 경직적 주52시간제를 개편해 일감이 몰리는 주에는 최대 69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그 대신 1분기나 반년(6개월), 1년 단위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때는 연장 시간의 총량을 최대 30%까지 줄이기로 했다. 또 일부 업종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했던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의무도 전체 업종으로 확대하되 기업 사정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개편안은 근로기준법 개정 사안인데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이 이를 반대하고 있는 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국회 통과가 가능하다.

24일 고용노동부는 권기섭 차관 주재로 민간 전문가, 노사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근로시간 제도개편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근로시간 개편안을 내놨다. 개편안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지난해 12월 권고한 내용을 토대로 정부가 검토한 것이다.

정부 개편안의 핵심은 주52시간제 단위 기간의 확대다. 지금은 1주에 법정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만 허용한다. 개편안은 기업들이 근로자와 협의해 1주를 1개월, 1분기, 6개월(반년, 반기), 1년으로 바꿀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면 법정근로를 뺀 연장근로는 이론상 1개월당 52시간, 1분기 156시간, 6개월 312시간, 1년 625시간까지 가능하다.



그 대신 일한 시간을 1주로 나눴을 때 평균 52시간만 맞추면 된다. 권 차관은 "한국은 일·주 단위 근로시간 규제뿐 아니라 연장근로 할증 등 규제가 맞물려 선진국 중 유례없는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며 "평소보다 바쁠 때가 있는데 한 사람이 한 시간만 넘겨 일해도 사업주는 범법자가 되고, 근로자는 꼼수야근을 하는 기형적 상황"이라고 했다.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주에서 확대한 건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70년 만의 개혁이다. 연 단위 연장근로 정산은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채택한 제도다. 일이 많을 때 집중해서 일하고, 그렇지 않으면 충분히 쉬면서 궁극적으로는 총근로시간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정부는 근로시간 유연화 조치의 대가로 근로자 건강권 보호 조치도 추진한다. 첫째는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다. 정부안은 1개월 단위 연장근로는 제한을 씌우지 않되 1분기 단위 연장근로는 156시간의 90%(140시간), 6개월은 312시간의 80%(250시간), 1년은 625시간의 70%(440시간)까지 상한을 정했다.

두 번째 방안은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의 전면 확대다. 근로자가 퇴근한 뒤 다음 출근까지 11시간 이상 휴식이 보장돼야 한다는 이 규정은 근로기준법상 일부 운송업과 보건업 같은 업종에서만 제한적으로 의무화됐다. 정부는 일이 가장 몰리는 주간이라도 전 업종에서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해 1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으로 정한다. 여기서도 유연성을 적용해 11시간 휴식이 어려운 사업장은 규정을 피하되 1주 최대 근로시간을 64시간으로 낮췄다. 노사 입장에서는 '11시간 연속 휴식과 1주 최대 69시간 근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1주 최대 64시간 근로'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여기에 정부는 장시간 근로를 막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4주간 주간 평균 64시간'을 최대 근로시간의 상한으로 했다. 이는 어떤 경우에도 적용하는 강제 규정이다. 4주 평균 64시간 근로는 정부가 산업재해 판정을 위해 정한 만성과로 인정 기준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노사관계 제도도 정비한다. 과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회사와 근로조건을 협상할 근로자 선출 대표제를 제도화한다.

개편안은 연구개발(R&D) 직군에서 유연근로를 위해 활용하는 선택근로제도 확대할 방침이다. 3개월 단위인 정산기간을 늘리고 근로일,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노사가 합의하면 주 4일 근무도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 등을 거쳐 노사와 학계 의견을 수렴하고 세부 내용을 결정한 뒤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다만 개편안은 근로기준법 개정 사항이어서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에 반대하는 양대 노총은 토론회에 불참했다.

한편 이번 개편안에 대해 중소기업계 현장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한 난방업체 관계자는 "난방 기업의 특성상 특정 계절에 업무가 몰리게 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 운영의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들도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중소기업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방안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혁 기자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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