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넘는 행동주의…"회사 쪼개라" "스타트업 사라" 경영간섭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원호섭 기자(wonc@mk.co.kr), 한우람 기자(lamus@mk.co.kr)
입력 : 2023.02.24 17:44:01 I 수정 : 2023.02.24 22:43:05
입력 : 2023.02.24 17:44:01 I 수정 : 2023.02.24 22:43:05
3월 주총 앞두고 무리한 요구에 기업 안절부절
JB금융 4년간 수익성 높이고
배당도 4배 이상 늘렸지만
2대 주주 얼라인, 고배당 압박
슈퍼개미·소액주주까지 가세
주식농부, 농심 등 12곳 상대로
"주주환원 늘려라" 전방위 공세
◆ 행동주의펀드 공습 ◆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JB금융지주 외에 다수 기업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주주제안 등에 나서고 있다. 당장 금융그룹들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배당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지키기 어려운 수준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JB금융은 배당 요구가 무리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JB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11.41%로, 실제로 배당을 과하게 할 정도로 넉넉한 수준은 아니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은 자체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을 감안해 보통주 자본비율이 적어도 12%는 넘어야 최소한의 '안전판'이 있다고 판단한다.
JB금융은 안정적 경영 관리를 통해 2018년 2415억원에 그쳤던 당기순이익을 지난해 601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주주환원율 역시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며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썼다. JB금융의 배당금 총액은 2018년 350억원에서 지난해 1623억원으로 4배 넘게 늘었고, 같은 기간 배당성향도 14.5%에서 27.0%로 확대됐다.
JB금융은 내부적으로 그간 '위험관리'와 '주주가치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어져온 경영 기조가 얼라인의 등장으로 자칫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주주총회에서 배당 정책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얼라인이 김기석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주주제안으로 제출한 상황이라 날카로운 대립이 예상된다. 양대 주주인 삼양사와 얼라인이 가진 지분율 차이가 미미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표 집결이 중요해졌다. 지분 8.45%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의 표심도 주목된다. 주주총회에서 배당, 이사 선임 등 보통결의 안건이 통과되려면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 동의가 필요해 소액주주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JB금융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총 47.58%다.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는 모습이다.
24일엔 아그네스를 비롯한 사모펀드(PE) 세 곳이 KT&G를 대상으로 의안 상정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아그네스 PE 대표는 KT&G를 상대로 주주행동을 벌여왔던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다. KGC인삼공사에 인적분할과 감사 선임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에서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KT&G는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주주제안에 대해 절차에 따라 충실히 검토했으며 주주와 충분히 소통하고 그 의견을 반영했다"면서 "제기된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응대에 나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과 BYC를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선 상태다. 태광산업과 BYC 지분을 각각 5.8%, 9.0% 보유하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배당 확대와 감사위원 선임을 비롯해 액면분할(BYC)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펀드들 외에 소액주주 연대 및 개인투자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주식농부'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농심홀딩스를 비롯한 1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제안했다. 농심홀딩스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공시한 배당(주당 2500원)을 60% 인상할 것과 '알짜' 스타트업 인수 등을 요구했다. DB하이텍, 광주신세계 소액주주들 모임은 배당 확대와 추천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주제안을 목표로 의결권 확보에 나선 사례도 있다.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주주제안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의결권 관련 조사 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된 국내 상장사는 2020년 10곳에서 지난해 47곳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이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처럼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불사하는 펀드가 있고, 트러스톤자산운용처럼 주주제안에 집중하는 펀드도 있다. 최근 인도 아다니그룹을 공격해 화제가 된 힌덴버그처럼 해외에서는 공매도 등을 주 수단으로 삼는 펀드도 있다. 한국에서는 2006년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라자드가 사실상 첫 사례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이사진 교체와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12월 개정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최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 규정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감사·감사위원 후보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올 들어 일부 펀드들이 공격적으로 주주제안에 나서는 상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운용사 대표는 "경영 활동에 과도하게 참여하는 사례 등이 부각되다 보니 전체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전망했다. 기업들도 단기적 배당 확대에만 집중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은 결국 이익"이라며 "과거 사례에 비춰 주가를 띄우려는 무분별한 주주제안이 난무할 경우 오히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 원호섭 기자 / 한우람 기자]
JB금융 4년간 수익성 높이고
배당도 4배 이상 늘렸지만
2대 주주 얼라인, 고배당 압박
슈퍼개미·소액주주까지 가세
주식농부, 농심 등 12곳 상대로
"주주환원 늘려라" 전방위 공세
◆ 행동주의펀드 공습 ◆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JB금융지주 외에 다수 기업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주주제안 등에 나서고 있다. 당장 금융그룹들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배당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지키기 어려운 수준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JB금융은 배당 요구가 무리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JB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11.41%로, 실제로 배당을 과하게 할 정도로 넉넉한 수준은 아니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은 자체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을 감안해 보통주 자본비율이 적어도 12%는 넘어야 최소한의 '안전판'이 있다고 판단한다.
JB금융은 안정적 경영 관리를 통해 2018년 2415억원에 그쳤던 당기순이익을 지난해 601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주주환원율 역시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며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썼다. JB금융의 배당금 총액은 2018년 350억원에서 지난해 1623억원으로 4배 넘게 늘었고, 같은 기간 배당성향도 14.5%에서 27.0%로 확대됐다.
JB금융은 내부적으로 그간 '위험관리'와 '주주가치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어져온 경영 기조가 얼라인의 등장으로 자칫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주주총회에서 배당 정책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얼라인이 김기석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주주제안으로 제출한 상황이라 날카로운 대립이 예상된다. 양대 주주인 삼양사와 얼라인이 가진 지분율 차이가 미미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표 집결이 중요해졌다. 지분 8.45%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의 표심도 주목된다. 주주총회에서 배당, 이사 선임 등 보통결의 안건이 통과되려면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 동의가 필요해 소액주주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JB금융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총 47.58%다.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는 모습이다.
24일엔 아그네스를 비롯한 사모펀드(PE) 세 곳이 KT&G를 대상으로 의안 상정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아그네스 PE 대표는 KT&G를 상대로 주주행동을 벌여왔던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다. KGC인삼공사에 인적분할과 감사 선임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에서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KT&G는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주주제안에 대해 절차에 따라 충실히 검토했으며 주주와 충분히 소통하고 그 의견을 반영했다"면서 "제기된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응대에 나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과 BYC를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선 상태다. 태광산업과 BYC 지분을 각각 5.8%, 9.0% 보유하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배당 확대와 감사위원 선임을 비롯해 액면분할(BYC)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펀드들 외에 소액주주 연대 및 개인투자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주식농부'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농심홀딩스를 비롯한 1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제안했다. 농심홀딩스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공시한 배당(주당 2500원)을 60% 인상할 것과 '알짜' 스타트업 인수 등을 요구했다. DB하이텍, 광주신세계 소액주주들 모임은 배당 확대와 추천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주제안을 목표로 의결권 확보에 나선 사례도 있다.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주주제안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의결권 관련 조사 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된 국내 상장사는 2020년 10곳에서 지난해 47곳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이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처럼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불사하는 펀드가 있고, 트러스톤자산운용처럼 주주제안에 집중하는 펀드도 있다. 최근 인도 아다니그룹을 공격해 화제가 된 힌덴버그처럼 해외에서는 공매도 등을 주 수단으로 삼는 펀드도 있다. 한국에서는 2006년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라자드가 사실상 첫 사례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이사진 교체와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12월 개정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최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 규정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감사·감사위원 후보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올 들어 일부 펀드들이 공격적으로 주주제안에 나서는 상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운용사 대표는 "경영 활동에 과도하게 참여하는 사례 등이 부각되다 보니 전체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전망했다. 기업들도 단기적 배당 확대에만 집중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은 결국 이익"이라며 "과거 사례에 비춰 주가를 띄우려는 무분별한 주주제안이 난무할 경우 오히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 원호섭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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