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모래주머니 풀고 5대 은행과 경쟁하나…금융위 2일 논의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입력 : 2023.03.01 15:20:14 I 수정 : 2023.03.01 17:31:58
입력 : 2023.03.01 15:20:14 I 수정 : 2023.03.01 17:31:58
경쟁제한 요소 된 ‘중저신용 규제’
고신용자 대출중단·역차별 논란
인뱅에 부실 몰려 리스크 지적도
이복현 “개선책 나오면 적극 검토”
고신용자 대출중단·역차별 논란
인뱅에 부실 몰려 리스크 지적도
이복현 “개선책 나오면 적극 검토”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중심 과점체제를 깨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도 합리적 대안이 나온다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2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조정을 포함한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금융권 협회, 연구기관 등에서 실무자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세부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대출 공급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냐는 질문에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개선책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가계 신용대출 잔액에서 신용평가사 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 대한 대출 잔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인터넷은행 3사는 2021년 5월 당국과 협의해 연도별 목표치를 정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 30%로 올려야 하고,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32%, 44%다.
개선 주장이 나오는 건 선의에서 시작한 제도가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하느라 고신용자 대출 시장에서 5대 은행보다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는가 하면, 고신용자가 중저신용자보다 더 높은 금리로 대출받는 ‘역차별’도 발생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월과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고신용자들은 인터넷은행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 금리가 더 낮았다. 예컨대 1월 기준 신용점수 951~1000점인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5대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연 5.69~6.12%인데 반해 케이뱅크는 6.21%, 토스뱅크는 6.41%였다. 인터넷은행은 점포를 운영하지 않아 비용이 절감돼 금리를 낮출 수 있음에도 외려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많은 고신용자들이 실제 대출 단계에서 고시금리보다 이자율이 높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달성을 위해 금리를 높게 부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카카오뱅크는 가격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아예 고신용자 대출 공급을 중단해 숫자를 맞춘다. 지난해 12월 하순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 신규 판매를 중단하며 “고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 부득이 한시적으로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또 2020년 연말 등 카카오뱅크는 수 차례 고신용자 대출 공급을 중단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신용자는 5대 은행, 중저신용자는 인터넷은행으로 사실상 시장이 이분화된 상황”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당시 핵심 목적인 ‘은행산업 경쟁 촉진’과는 딴 길로 가고 있다”고 평했다.
중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싸게 대출받는 ‘역차별’ 사례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2월 최저금리 연 4.45% 중신용대출 상품 특판을 진행했다. 5대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연 6% 초반이던 때였다. 고신용자는 대출을 못 받는데 중저신용자는 헐값으로 대출 받은 셈이라 논란이 많았다. A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유입되는 여신 고객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중저신용 비중을 맞추느라 일어난 일”이라며 “당행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저금리 때 설정한 비율을 그대로 놔두면 위험 대출 대부분이 인터넷은행으로 몰려 시스템 리스크가 심화할 수 있는 지적도 있다. B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국민의 절반인 중저신용자 대출을 전체 시장에서 3% 정도 규모인 인터넷은행에서만 전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시중은행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고 했다. 부채 축소 국면에서 기존 차주들이 원금만 갚아도 중저신용자 비율이 하락하는데, 비율을 맞추려면 부실 위험이 명백한 ‘불건전한’ 중저신용자들에게까지 대출을 내줘야 하는 문제도 있다. A인터넷은행 관계자는 “2021년 초 상황에 맞춰 설정된 목표치에 현재의 시장상황이 반영됐으면 한다”고 했다. C인터넷은행 관계자도 “목표 숫자 달성에만 포커싱하면 일시적으로 중저신용 비중이 늘어날지는 몰라도 연체율 상승, 대손비용 증가 등 경영상 또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풀어준다고 해서 반드시 서민 대출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정말 필요하고 잘 갚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혜택으로 대출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인터넷은행들은 말한다. 중저신용자들 대출은 연체를 줄일 수 있다면 고신용자보다 마진이 높아 기술력 있는 인터넷은행들에겐 기회다. A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경제변화에 따라 리스크 관리의 강도와 방식이 바뀔 수 있다”며 “공략할 의지와 전략을 갖춰 규제나 의무 비중과 상관없이 중저신용 공급을 장기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C인터넷은행 관계자도 “대출상품 경쟁력 강화를 통해 중저신용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B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포용적 금융은 본래 목표 중에 하나로 잘해 내고 싶은 분야”라며 “데이터, 기술, 분석 능력을 통해 이 분야의 혁신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속보] 트럼프 "다수 국가 상호 관세 부과, 10~11일께 회의 후 발표"
-
2
캐나다 총리 "트럼프, 진짜로 캐나다 51번째주 합병 원해"
-
3
日총리 "트럼프와 북한 완전한 비핵화 위해 협력하기로"
-
4
[뉴욕증시-1보] 인플레·상호 관세 원투 펀치에 '휘청'…동반 하락
-
5
우버, 헤지펀드의 지분매입 소식에 주가 급등…장중 8%대↑
-
6
[뉴욕유가] 트럼프 '상호관세'에 상승분 대거 반납…WTI 0.55%↑
-
7
아마존, 연례 보고서에서 '다양성·포용성' 언급 삭제
-
8
IMF 이어 '초인플레 해결' 前장관도 아르헨 환율정책 수정 주장
-
9
美연준인사 "美노동시장 건강…트럼프 정책에 상당한 불확실성"
-
10
주유소 휘발윳값 17주만에 소폭 하락…"다음주도 내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