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2 출생 통계' 작년 女 100명에 男 104.7명 아들 바란 출산 반복도 줄어
어머니는 이미 딸만 둘이었고 할머니는 남자아이를 원했다. 점쟁이는 '손자'를 보려면 셋째 아이가 딸일 경우 내다버리라고 했다. 결국 셋째 딸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버려져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다. 자라서 미군에 입대한 딸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헤맨 끝에 친모와 다시 만났다. 2006년 당시 주한미군 하사로 복무했던 페이스 베스케즈 씨의 얘기다.
베스케즈 씨처럼 얼룩진 남아선호사상의 피해자들 이야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출생한 신생아의 출생성비, 즉 여아 100명당 남아의 숫자는 104.7명으로 1980년 이래 4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출생성비는 104.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0.4명 감소한 것이다. 또 1980년 103.9명 이후 42년 만에 가장 낮은 성비이기도 하다. 여아 100명당 남아가 105명 출생하는 건 자연스러운 경향이다. 염색체 등 생물학적 특성을 감안하면 수정 직후 남아 성비는 약 115명에 이르는데 출생 시에는 105명으로 떨어진다. 출생성비가 105명에 이르면 '자연성비'라고 보는 이유다. 지난해는 총출생성비뿐 아니라 첫째아, 둘째아, 셋째아 등 순위별 출생성비도 모두 자연성비 범주에 속했다. 첫째아 출생성비는 104.8명으로 전년보다 0.5명 줄었다. 둘째아 출생성비는 104.6명, 셋째아 이상 출생성비는 105.4명을 기록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극심한 '남초' 국가였다. 통계상 성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앞선 시기인 1970년 출생성비는 109.5명에 달했다. 이후 출생성비는 점차 올라 1975년 112.4명을 찍었다. 남아 비율이 절정에 이른 1990년 성비는 117.18명이었다.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1960년 이전까지 남아의 출생성비는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1963년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펴기 시작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가문의 대를 잇는다'는 남아선호사상에 의해 여아가 버려지기도 하고 심지어 성 감별 출산을 통해 낙태하거나 낳자마자 살해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가문을 중시하는 유교적 가족관이 확연히 쇠퇴하면서 출생성비도 정상화돼왔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사회가 빠른 속도로 닥치면서 여아선호사상이 확산됐다는 분석도 제시하고 있다. 보통 남아의 육아 난도가 여아보다 월등히 높은 데다 결혼과 취업, 분가 과정에서 남성이 필요한 비용이 여성보다 많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