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딸이 최고야”…작년 출생통계 살펴보니
이종혁 기자(2jhyeok@mk.co.kr)
입력 : 2023.03.01 22:38:58
입력 : 2023.03.01 22:38:58
작년 출생성비 104.7명
여아낙태·성감별 출산 급감
2010년대 중반부턴 여아선호
여아낙태·성감별 출산 급감
2010년대 중반부턴 여아선호
![](https://wimg.mk.co.kr/news/cms/202303/01/news-p.v1.20230301.5c018613e9b94c60a9b6deca190d0267_P1.jpg)
어머니는 이미 딸만 둘이었고 할머니는 남자아이를 원했다. 점쟁이는 ‘손자’를 보려면 셋째 아이가 딸일 경우 내다버리라고 했다. 결국 셋째 딸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버려져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다. 자라서 미군에 입대한 딸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헤맨 끝에 친모와 다시 만났다. 2006년 당시 주한미군 하사로 복무했던 페이스 베스케즈씨의 얘기다.
베스케즈씨처럼 얼룩진 남아 선호 사상의 피해자들 이야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출생한 신생아의 출생성비, 즉 여아 100명당 남아의 숫자는 104.7명으로 1980년 이래 4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 출생성비는 104.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0.4명 감소했다. 또 1980년 103.9명 이후 42년만에 가장 낮은 성비이기도 하다.
여아 100명당 남아가 105명 출생하는 건 자연스러운 경향이다. 염색체 등 생물학적 특성을 감안하면 수정 직후 남아 성비는 약 115명에 이르는데 출생시에는 105명으로 떨어진다. 출생성비가 105명에 이르면 ‘자연성비’라고 보는 이유다. 한국은 2011년 성비 105.7명을 기록한 이후 10년 넘게 매년 자연성비에 가깝게 신생아들이 태어났다.
지난해는 총 출생성비 뿐 아니라 첫째아, 둘째아, 셋째아 등 순위별 출생성비도 모두 자연성비 범주에 속했다. 첫째아 출생성비는 104.8명으로 전년보다 0.5명 줄었으며 총 출생성비와 비슷했다. 둘째아 출생성비는 104.6명, 셋째아 이상 출생성비는 105.4명을 기록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극심한 ‘남초’ 국가였다. 통계상 성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앞선 시기인 1970년 출생성비는 109.5명에 달했다. 이후 출생성비는 점차 올라 1975년 112.4명을 찍었다. 남아 비율이 절정에 이른 1990년 출생아의 성비는 117.18명이었다. 1990년 62만6861명이 태어났는데 이중 남아가 33만8220명, 여아는 28만8641명으로, 남아가 약 5만명 더 많았다.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1960년 이전까지 남아의 출생 성비는 큰 사회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가능한 자식을 많이 낳아 기르려는 농경 사회 특성 덕분이다. 하지만 1963년부터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펴기 시작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가구당 자녀를 하나 또는 둘로 제한하자는 정부 캠페인이 본격화했고 전국의 각 가정은 아들과 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결국 ‘가문의 대를 잇는다’는 남아선호 사상에 의해 여아가 버려지거나, 성 감별 출산을 통해 심하면 낙태하고 낳자마자 살해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실제로 옛 한국인구보건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신)에 따르면 국내 낙태 건수는 1960년대 초 10만건에서 1970년대 초에는 31만건을 넘겼다. 1970년대 말에는 무려 100만건의 낙태 시술이 이뤄졌다. 1985년 기준 기혼 여성의 44.2%가 한 번 이상의 인공유산 경험이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그러나 2000년대들어 가문을 중시하는 유교적 가족관이 확연히 쇠퇴하면서 출생 성비도 정상화해왔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사회가 빠른 속도로 닥치면서 여아 선호 사상이 확산됐다는 분석도 제시하고 있다. 보통 남아의 육아 난이도가 여아보다 월등히 높은데다 결혼과 취업, 분가 과정에서 남성이 필요한 비용이 여성보다 많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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