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소맥 1만원 넘는데”…사장님 소비자 모두 ‘울상’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입력 : 2023.03.02 19:06:59
입력 : 2023.03.02 19:06:59
지난달 말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를 위해 서울 중심부의 한 식당을 찾은 직장인 A씨는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얼마 전까지 5000원이었던 소주 가격이 7000원으로 인상됐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느낀 A씨와 동료들은 인근의 다른 가게들을 물색했지만, 소주 가격은 대체로 병당 최소 6000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5000원에 소주를 판매하는 노포를 찾아냈지만, 그마저도 점주가 “곧 인상하려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소주 출고가가 오르지 않았는데도 식당가에서 소비자가격이 인상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과 광화문, 시청 인근 등 직장인이 많은 상권에서는 이미 병당 가격이 6000~7000원으로 책정되는 분위기다.
언뜻 보면 식당들이 단체로 폭리를 취하는 듯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자영업자들도 이유가 있다. 식사·안주류는 원체 재료비가 많이 들어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데다 각 재료의 가격이 오를 때마다 소비자가격을 조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예컨대 고깃값이나 고춧가루, 식용유, 설탕 등의 가격이 올라도 식사·안주류의 가격은 동결하고, 주류 판매에서 난 수익으로 손실분을 메우는 식이다. 식당 월세와 인건비, 전기료까지 고려하면 출고가가 안 올랐어도 소줏값을 올려야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인 것.
지역이나 도매상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소매점에 납품되는 소주의 가격은 대체로 병당 1300~1600원 남짓이다. 중간 상인이 폭리를 취한다 해도 병당 2000원 이하에 공급되는 소주가 식당에서 6000~7000원에 판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소줏값 인상을 결정했다는 한 60대 음식점 점주는 “원재료비가 오른 것까지는 그래도 버틸 만했다. 아르바이트생들 월급도 내 몫을 덜 가져가자는 마음으로 내줬다”며 “전기료 고지서까지 받아들고 나니 더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기업이 당분간 소주 출고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소주 1병 6000원 시대’는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인상이 이뤄지지 않은 ‘1병 5000원’도 부담스러운 수준이어서 외식이 줄어들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한 30대 소비자는 “지금도 소주 1병, 맥주 1병 주문하면 1만원이다. 안주 하나도 2만원을 우습게 넘으니 ‘가볍게 1차만 하자’고 갔다가 5만원 쓰는 건 예삿일”이라며 “소주가 6000~7000원이면 누가 고깃집 같은 곳에 가겠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40대 소비자는 “가족들하고 나가서 삼겹살 한 번 먹자고 얘기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졌다”며 “고기 같은 건 마트에서 할인할 때 사오고, 술도 집에서만 마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사례가 많은 여의도 상권에서는 소주의 병당 가격이 9000원인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여의도는 전통적으로 술값이 비싸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법인카드 사용률이 높아 이 지역은 소비자 반발이 덜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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