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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보 "위험성 고지 안 해" Vs. 메리츠 "실사 과정 직접 참여"

[톱데일리] 롯데손해보험이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구했다. 메리츠증권을 통해 투자한 1억6000만달러(약 2100억원) 펀드가 전액 손실을 봤는데, 펀드 판매 당시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 6일 금감원에 '하나대체투자미국발전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2호' 펀드와 관련해 민원을 제기했다. 메리츠증권의 투자권유로 해당 펀드에 투자했는데, 당시 투자위험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손보는 지난해 11월 메리츠증권과 펀드 운용사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에 부당 이득금을 청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8년 12월, 2100억원 규모의 미국 프론테라가스복합화력발전소 관련 펀드를 조성해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 투자자를 모집했다. 셀다운은 증권사들이 먼저 대체자산을 매입한 후 기관에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증권사가 셀다운에 실패하면 해당 투자자산에 대한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롯데손보는 2019년 2월, 해당 펀드에 5000만 달러(약 650억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해당 펀드와 관련된 미국 기업들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해 2021년 8월 기업 회생절차마저 종료되면서 투자 2년 6개월 만에 전액 손실 처리됐다.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이 사전에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메리츠증권이 내부적으로 이 투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안정적인 투자인 것처럼 투자자들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담보구조의 취약성과 발전소 현금흐름의 심각한 변동성 등 특수한 위험성에 대한 고지가 전혀 없었다는 게 롯데손보의 입장이다.

투자 결정 당시 메리츠증권은 발전소 매출 총이익의 65%가 수익구조로 보장되고, 현금흐름 민감도가 낮다는 사업타당성보고서 등 내용이 존재하나 실제 발전소 가동률의 높은 변동성과 스파크스프레드(전력 가격-가스 가격) 현금흐름 민감성으로 인한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가능성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실사 당시 2019~2025년 평균 가동률은 88%, 스파크스프레드 메가와트시(MWh) 당 35달러로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스파크스프레드가 예상치보다 현저히 낮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현지 실시와 미팅을 진행했고, 실사 과정에 직접 참여한 만큼 해당 거래에 대한 변동성이나 구조를 모르고 투자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담보와 관련한 내용은 실사보고서 등에 구체적으로 기재돼있어 투자자들이 모두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투자했다고 해명했다.

롯데손보는 해당 펀드에 대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펀드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 상태다. OEM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의 요청을 받아 만들어 운용하는 상품으로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열려있어 자본시장법 상 위법이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총액인수 역할만 수행했고, 펀드 운용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두 회사의 주장이 서로 다른 만큼 금감원은 롯데손보와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개인투자자가 아닌 투자 전문 기관 간의 투자이기 때문에 사실관계와 더불어 책임 소재가 어디가 큰지를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KDB생명, 한국 거래소, 교직원공제회, 교원라이프 등은 아직까지 민원을 제기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일부 투자자들은 문제 제기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향후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있다.





톱데일리
윤신원 기자 yoon@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