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눈돌린 삼성전자, 자체 육성 카드 '만지작'

입력 : 2023.03.14 14:42:43
제목 : 차로 눈돌린 삼성전자, 자체 육성 카드 '만지작'
'코아시아' 역할론에 시선집중… 엑시노스 오토, 경쟁력 강화 행보

[톱데일리] 전장용 반도체 산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는 삼성전자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분야 등 신사업 확보 차원에서 수 십 조원이 투입되는 인수·합병(M&A) 전략 대신 국내 기업 육성 방안으로 노선을 바꿀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 분야에서 점점 중요성이 커지는 전장용 시장으로 사업을 넓혀야 한다는 분석에 따른 전략으로 풀이 된다. 전장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하만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의 일환이기도 하다.

◆ NXP 인수 사실상 포기…DSP 파트너십 강화로 선회

삼성전자가 전장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이 나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예전보다 현금이 넉넉치 못해 조 단위 M&A를 추진하기엔 상당한 재무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 M&A 1순위로 거론되는 곳은 나스닥에 상장한 네덜란드 기업 NXP로 시가총액은 60조원에 달한다. 프리미엄 가격이 더해지면 인수가는 70조~80조원 상당으로 늘어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1년에도 몸값 80조원을 요구한 NXP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단기금융상품 포함 현금성자산은 115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현금 부자라고 불렸던 과거와 달리 별도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4조원에 불과하다. 레버리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수를 추진할 수 있지만 금리 인상 등으ㅡ로 과거보다 사정이 여의치는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투자와 운영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애소 단기 차입금 20조원을 조달해 쓰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삼성전자가 계열사 현금을 끌어모아도 의미 있는 M&A 추진은 무리라는 얘기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미 거금을 들여 인 수를 성사시켰음에도 시너지 측면에서 절반의 효과만 거둔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가 2017년 9조원을 들여 인수한 하만은 독립 경영 보장을 요구해 지금까지 시너지 창출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대규모 M&A보다는 국내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를 키워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현재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서의 사업적 연계를 강화해 TSMC 추격을 위한 반등 기회를 마련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2019년 내놓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과도 부합한다. 당시 삼성전자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DSP 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2027년까지 파운드리 사업에서 모바일 외 제품군 비중을 50% 이상 끌어올린다는 구상이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 등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엑스노스 오토 8890'를 시작으로 폭스바겐, 아우디 등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에 반도체를 제공한 것에 이어 최근엔 BMW까지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BMW에 납품하는 칩은 신규 '엑시노스 오토 V'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 자체 경쟁력 강화 행보로 노선을 굳힌 만큼 해당 부문 국내 기업에 대한 협력 강화 또는 집중 육성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장 큰 수혜 후보로 코스닥 상장사 코아시아가 거론된다. 코아시아는 '엑스노스 오토'의 국내외 유일한 협력 파트너로 알려져 있어 DSP 기업 중 시너지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 삼성-코아시아 '윈윈' 전략, TSMC 추격 본격개시

실제로 이미 코아시아는 삼성전자의 덕을 크게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신설한 시스템 반도체 사업 부문의 매출은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계기로 2020년 75억원, 2021년엔 162억원으로 급등했다. 사업 개시 3년 만에 연 성장률 100% 이상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도 엑시노스 오토 출시 이후 반도체(DS) 부문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2019년 약 65조원 수준이던 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98조원으로 51.6% 성장했고, 영업이익 또한 14조원에서 24조원으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DS 부문의 연 매출 비중은 28.2%에서 32.6%로 늘어났다.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대만 TSMC의 견제 역할로서도 코아시아의 활용 카드는 쓰임새가 크다. 코아시아는 범중화권에서 삼성전자 공식 대리점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어 TSMC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아시아는 최근에도 기존 TSMC 고객사 '스쿠에아루 토'를 삼성전자 협력사로 끌고 오는 등 성과를 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파운드리 부문에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15.8%(53억9100만달러)로 TSMC 점유율 58.5%(199억6200만달러)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의 부진 속 점유율 격차도 늘어나 42.7%포인트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앞서 코아시아는 미국 AI 반도체 기업 '암바렐라(Ambarella)'를 삼성 파운드리 고객으로 데려왔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암바렐라의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를 5nm 공정으로 생산한다고 전했다. 코아시아는 지난해 10월 암바렐라와 칩 개발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프로세서 등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는 완성차 맞춤형 공급이 필수적이기에, 삼성전자가 전속 파트너 관계에서 동반 성장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 코아시아 계열사 코아시아넥셀이 해당 소프트웨어(SW)를 확보한 상태로, 글로벌 차량용 운영체제 AGL 가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정의선 회장이 SW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공지능(AI) 기반 객체 인식 SW 기술을 갖춘 '스트라드비젼'에 투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가 80억원 등을 투자한 이후,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ADAS 전용 SW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올해 약 100조원(760억2700만달러)에서 2028년 170조원(1298억3500만달러)으로 성장할 전망으로, 연평균 성장률은 13.4%로 집계됐다. 완성차 시장 성장률이 3%인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NXP 인수를 감당할 만큼의 재원이 넉넉하지 않고 직접 M&A 방식을 더 이상 효율적이라고도 보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차량용 반도체 사업 확장으로 노선을 잡은 만큼 관련 국내 기업을 자체 육성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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