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기 출범] '관세 폭탄' 이미 선전포고…전 세계 무역전쟁 암운
자유무역 상징 WTO 이미 껍데기만…안보·중산층 내세워 보호주의 득세2기 행정부에 관세론자로 대거 포진…"1930년대 이후 최악 무역전쟁 코앞"
이지헌
입력 : 2025.01.12 07:11:06
입력 : 2025.01.12 07:11:06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 정부가 출범하면 트럼프 1기 때 미중 무역갈등으로 시작된 자유무역주의의 쇠퇴가 더욱 속도를 내고, 주요 경제권역간 무역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 고율 관세 부과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왔다는 점에서다.
그는 대선 기간 유세 때마다 관세를 두고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집권 시 '관세 카드'를 전방위적으로 사용할 것임을 강조해왔다.
그는 ▲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관세 ▲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 ▲멕시코 생산 중국기업 자동차에 대한 100∼200% 관세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미 기틀이 흔들린 세계 자유무역 체제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다시금 심각한 도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표방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올해로 출범한 지 30년이 됐지만,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의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으로 이미 껍데기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9년 WTO의 분쟁 처리 절차를 담당하는 상소기구 위원 선임 승인을 거부, 무역분쟁을 다루는 상소기구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전 세계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건수도 최근 몇 년 새 크게 줄어든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정치적인 지지를 얻게 된 배경은 미중 간 패권 경쟁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중국과의 자유무역 확대가 미국의 안보 위기를 초래한다는 인식이 커진 게 주된 원인이 됐다.
아울러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 탓에 미국 내 중산층과 노동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인식이 커진 것도 보호무역주의 득세에 한몫했다.
중국처럼 정부 개입으로 불공정 무역을 지속하는 국가들이 존재하는 현 국제무역 시스템은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니며, 관세 부과를 통해 불균형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과 측근 인사들이 공유하는 생각이다.
'불균형의 조정'을 관세 부과의 대의명분으로 삼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결국 글로벌 무역전쟁 확대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 강화 및 제조업 기반 강화 공약을 적극 옹호해온 하워드 러트닉을 상무장관으로, 집권 1기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작업을 이끈 제이미슨 그리어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각각 지명하며 중국과의 일전을 벼르는 모습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앞선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관세 부과가 달러화 강세로 이어져 수출 감소를 통해 오히려 미국 제조업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무역 상대국들의 보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부과가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결국은 '맞불 관세', '보복 관세'를 불러일으키며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취임식 전이지만 관세전쟁을 예고하는 선전포고는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 지명자인 스콧 베센트는 앞선 언론 기고문에서 관세정책을 펼 때 시장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전 예고(선제적 안내)가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을 두 달 앞둔 지난해 11월 25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제품에 대해서도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고 밝혀 '관세폭탄'을 직접 예고했다.
이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곧바로 트럼프 당선인에 전화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 차단을 약속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트럼프 당선인의 마러라고 자택으로 날아가 일단 '고개'를 숙여야 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이 발언은 무역 이외 다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관세부과를 동원하는 '관세의 무기화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30일엔 "브릭스 국가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달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미국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새로운 자체 통화든, 기존 통화든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지난 7일 당선 후 두 번째 기자회견에선 그린란드 주민들의 독립 및 미국 편입 의사가 투표로 확인될 경우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두고 있는 덴마크가 그것을 저지하지 못하도록 덴마크에 대한 고율 관세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런 언급으로 사실상 무역전쟁의 도화선에 불이 붙은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언제 이 같은 '관세 돌풍'이 몰아칠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좁아진 중국이 다른 수출시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관세전쟁의 전선이 전 세계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대한 맞불 조치로 중국이 EU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런 사례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역사는 보호무역주의자들이 경제적 혼란을 초래한 많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세계가 1930년대 이래 최악의 무역전쟁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pan@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세븐일레븐, 디저트39와 당 낮춘 '모나카 아이스크림' 출시
-
2
GS25, 구절판 콘셉트 '혜자로운 설 명절 도시락' 선봬
-
3
추억의 공구함 '과학상자' 이달 영업 종료
-
4
[게시판] 야놀자 플랫폼, '노른자클럽' 3기 모집
-
5
롯데면세점, 中보따리상과 거래 중단…“韓면세점 수익악화 원인 보따리상”
-
6
세종시,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800억원 지원
-
7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목표보다 목적에 공감해야"
-
8
“얼마만이야, ‘매수’로 돌아온 외국인”…연초 1.5조원 쇼핑’, 어느 종목 샀나
-
9
“대출이자 부담 얼마나 줄까”…신한은행 등 6개월만에 가산금리 인하 검토
-
10
“원화값 하락, 전쟁중 ‘러시아 루블화’ 육박”…주요 20개국 중 하락률 2위, 물가상승률 높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