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네이버 AI 저작권 분쟁 파장…핵심은 '공정 이용' 여부
해외는 이미 소송 다수 진행…"기존 법리 대신 새로운 접근 필요"스튜디오와 AI 기업 간 분쟁 해석도…미세조정 귀결 가능성 주목
이정현
입력 : 2025.01.18 06:00:04
입력 : 2025.01.18 06:00:04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인공지능(AI)의 급격한 확산 속에 사전에 정리되지 못한 저작권 문제가 지상파와 네이버 간 소송으로 점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으로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 사용의 '공정 이용' 여부, 저작권자 허락 없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행위의 적법성, 저작권자에 대한 보상 관련 논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한다.
KBS·MBC·SBS는 네이버가 방송사 기사를 무단으로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와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활용했다며 최근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학습금지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39개 지상파를 회원으로 둔 한국방송협회는 2023년 12월에도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코리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국내외 IT 기업을 대상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뉴스콘텐츠뿐 아니라 모든 오디오, 영상 콘텐츠를 AI 학습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보상 협의가 필요하며, 허가 없이 이용을 금지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뾰족한 답변을 얻지 못하자 결국 "신기술인 생성형 AI의 법적, 윤리적 기준을 세우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소를 제기했다.
이에 네이버는 "아직 소송 내용을 접하지 못한 사항으로 세부 내용 파악 후 필요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해당 이슈와 관련한 네이버의 기존 입장은 "해외 빅테크 등과 달리 네이버는 뉴스 약관에 기초해 적법하게 AI 학습에 뉴스 데이터를 이용했다.
다만 생성형 AI 관련 이슈가 대두한 후 언론사의 문제 제기가 있어 뉴스 약관을 개정한 뒤 2023년 6월부터 동의 없이 뉴스 서비스 데이터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였다.
해외에서는 언론사 콘텐츠를 AI 모델 학습에 사용해 분쟁이 벌어진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23년 12월 뉴욕타임스가 오픈AI와 M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포스트가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낸 소송, 지난해 11월 캐나다 주요 언론사 5곳이 오픈AI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음악, 뉴스 등 고품질 콘텐츠에 대한 AI 기업들의 무단 이용을 고리로 한 소송들이 진행 중이다.
일본의 경우 2018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비향유 목적'의 AI 학습 데이터 이용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의 허가가 불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유럽연합(EU)은 학술연구 목적 외의 AI 학습 데이터 이용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의 '옵트아웃'(opt-out·당사자가 자신의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할 때 정보 수집이 금지됨)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내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주요 쟁점은 AI 시대가 오면서 '공정 이용'(fair use)의 개념과 적용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학습을 위해 대량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윤모 성신여대 부교수는 '인공지능의 뉴스 콘텐츠 학습과 뉴스 저작권에 대한 고찰' 논문에서 "AI 학습 데이터 이용에 대해 기존 공정 이용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DM) 예외 조항 등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지상파와 네이버 간 분쟁에서도 볼 수 있듯 언론사들은 AI 기업들의 행위로 인해 광고 수익과 구독자 감소 등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주장한다.
이번 소송은 AI 기술의 발전과 저작권 보호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소송은 해당 언론사들이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측면에서 언론사 범위를 넘어 스튜디오와 AI 기업 간 갈등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해외에서도 스튜디오가 AI 기업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드문 편이다.
그런데 국내 지상파들은 뉴스 콘텐츠뿐만 아니라 오디오, 영상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도 주장하고 있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18일 "한국 방송사들의 AI 관련 소송은 네이버를 시작으로 글로벌 AI 기업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AI 시대의 저작권 보호와 공정 이용에 대한 법적 기준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언론사든 AI 기업이든 서로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향후 양측이 비용 정산 등에 합의해 각 방송사에 최적화한 '미세 조정'(fine tuning)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헝거게임'으로 유명한 미국 스튜디오 라이언스게이트도 비디오 AI 개발 스타트업 런웨이에 AI 교육용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신, 스튜디오 맞춤형 AI 모델 개발에 합의한 바 있다.
lis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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