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기반시설, 공공기여금 담보로 먼저 짓는다…내년 첫 사례

국내 최초 '공공기여금 유동화' 도입…환승센터 등 광역기반시설 확충공공성·수익성 균형 찾아 투자자금 유치 필요
박초롱

입력 : 2025.01.19 07:00:03


1기 신도시 선도지구 표정
(고양=연합뉴스) 김병만 기자=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 결과'가 발표된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백송마을 1단지에 재건축 동의에 감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2024.11.27 kimb01@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과정에서 '공공기여금 유동화'를 활용해 상하수도, 광역도로, 환승센터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재건축 조합이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할 공공기여금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미리 조달해 기반시설을 짓는 방식이다.

이는 가구·인구 수가 늘어날 1기 신도시에 기반시설을 더 빠르게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이르면 내년 첫 사례가 나오게 된다.

◇ 특별정비구역당 1천억원 내외 자금조달 예상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공개한 '공공기여금 산정 및 운영 가이드라인'에 공공기여금 자산 유동화 실행 방안을 담았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 재건축 조합(사업시행자)은 준공 검사 신청 전까지 지자체에 공공기여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 공공기여금을 받아 그때부터 기반시설을 설치하면 주민들은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시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 '공공기여금 유동화'로, 1기 신도시에 도입되면 국내 첫 사례가 된다.

인프라 확충에는 돈이 필요한데 기초지자체 재원이 넉넉지 않다 보니 이런 방식이 나온 것이다.

지자체는 '공공기여금 채권'을 유동화전문회사(SPC)에 매각하고, SPC는 이를 기초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한 뒤 투자자에게 매각해 현금을 조달하게 된다.

재건축 단지 준공검사 신청을 앞두고 조합이 공공기여금을 납부하면 이 돈으로 유동화증권 발행 대금을 상환한다.

공공기여금 자산 유동화 구조
[국토교통부 제공]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해 기반시설 설치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방채 발행액이 지자체의 부채로 잡히는 데다, 지자체별로 재정 여건에 따라 발행 가능 액수가 제한돼 자금 조달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이후 지방채 발행 규모가 가장 큰 사례는 서울시의 4천609억원(2023년 11월 발행·표면이율 연 4.26%)인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이 제공되지 않는 지방채 발행을 통해 기반시설 설치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국토부는 "유동화증권은 장래 채권을 담보로 발행되기 때문에 지자체 재정 여건과 무관하게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대규모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단지 공공기여금은 사업시행계획인가 때 확정되기 때문에 공공기여금 유동화의 첫 사례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에서 내년 말께 나올 수 있다.

국토부는 특별정비구역당 1천억원 내외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공공기여금 자산 유동화 흐름
[국토교통부 제공]

◇ 현금 기부채납 활성화·투자자 참여 관건 '공공기여금 유동화'가 효과를 보려면 먼저 재건축 조합의 현금 기부채납이 활성화돼야 한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는 토지, 임대주택뿐 아니라 기반시설, 현금, 분양주택 등 다양한 방식의 공공기여가 가능하다.

여러 방식 중 현금 기부채납이 채택돼야 자산 유동화를 할 수 있는데, 서울시의 경우 2017년부터 재건축·재개발조합이 현금 기부채납을 할 수 있도록 했으나 활기를 띠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대지 지분이 포함된 건축물이나 토지로 공공기여를 받는 것이 추후 땅값 상승을 고려했을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기반시설·공공시설이 충분한 경우에만 현금 기부채납을 받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기 신도시의 경우 기반시설을 전반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반 재건축·재개발 구역과 상황이 다르다"며 "현금 기부채납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하수도, 광역도로 등 1기 신도시에 필요한 광역 기반시설은 특정 재건축 구역 내에서 토지를 공공기여받는 것으로는 설치하기가 어렵다.

지자체가 도시 전반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현금 기부채납을 선호할 수 있고, 조합은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토지보다는 현금 기부채납을 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공공기여금 채권에 투자할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여부다.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익성을 고려하다 보면 정작 필요한 기반시설을 공급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기여금 유동화는 민간 돈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으로, 결국 투자자가 채권을 사야 한다"며 "민간 자금을 유인해야 하므로 공공성과 민간의 수익성간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인력이 없는 지자체가 복잡한 유동화 금융기법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국토부는 HUG가 공공기여금 유동화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chopar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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