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최종목표는 암 정복”…항암제 시장 판도 뒤흔들 K바이오 6총사는?

문일호 기자(ttr15@mk.co.kr)

입력 : 2025.01.19 06:18:01
‘JP모건 콘퍼런스’가 꼽은 유망주

리가켐, 2조원대 기술 수출에
삼성과 올 3건 이상 협력 성과
실탄 두둑 에이비엘 투자 늘려

삼성바이오, 생산·수주 집중
셀트리온은 신약 개발 올인
종근당·동아에스티 순익 탄탄




“앞으로 바이오업계의 동력은 ‘AA배터리’(AI·ADC)가 될 것입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에서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지난 13~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이 행사에 국내외 바이오업계 수장들은 물론 관련 투자자들도 대거 몰리면서 국내외 증시에서 다시 한번 바이오 업종이 부각되고 있다.

JP모건 바이오 업종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해 항암제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줄었는데 이제는 ADC와 같은 차세대 항암제 시장의 가능성을 이번 콘퍼런스에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콘퍼런스에선 인공지능(AI)과 차세대 항암 기술인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ADC)’가 대표 화두였다.

ADC는 항체(Antibody)와 약물(Drug)을 중심으로, 이 둘을 연결하는 링커(linker)로 구성된 복합체다. 여기서 항체가 특정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집중 공격한다. 이 같은 속성을 갖고 있어 ADC를 ‘생물학적 유도 미사일’로 부른다. 한국바이오협회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2023년 97억달러 규모의 ADC 시장은 2028년 300억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월가뿐만 아니라 여의도에서도 ADC를 하나의 정식 투자 ‘테마’로 보면서 관련주의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 중이다.

바이오 사업에서 AI가 시간과 비용의 절감 수단이라면, ADC는 미래 매출 성장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국내 대표 ADC 관련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물론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동아에스티, 종근당 등 6곳을 주로 거론한다. 이들은 모두 이번 JP모건 행사에 참석해 ADC 관련 진행 상황과 향후 전망을 밝혀 주목받았다.

국내 6대 관련주 중에서 올해 예상 매출증가율 기준 ‘성장왕’은 에이비엘바이오다. 아직 적자기업이란 투자 걸림돌이 존재하나 올해 흑자 전환이 예고됐다. ‘마진왕’은 ADC 관련 전용 생산시설을 짓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다. 반도체처럼 삼성 특유의 ‘클린 공정’에서 신뢰도가 높아 관련 수주가 예상되나, ADC 신약 개발과는 거리가 멀고 배당도 주지 않아 주주환원에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바이오 주식 중에선 종근당이 ‘배당왕’에 가깝다. 최근 2년 연속 배당금 인상과 1%대 배당률이 비교 우위를 보여준다.



◆ 2조 넘는 기술수출에 삼성과의 협업 리가켐바이오
증권가에선 리가켐바이오와 에이비엘바이오를 국내 ADC 관련주 ‘투톱’으로 보고 있다. 이 코스닥 상장사는 협력사 ‘넥스트큐어’와 공동 개발 중인 ADC 항암제 후보물질(LNCB74)을 임상 1상 첫 환자에게 투약하기 시작했다고 최근 밝혔다. 작년 말 넥스트큐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이 물질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고 대규모 생산 거점까지 마련했다.

앞서 리가켐바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올해 3건 이상의 ADC 프로젝트에 대해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기술료 수취가 기대된다”며 “이를 다시 재투자해 5년 내 15개 이상의 임상 파이프라인을 발굴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과의 협력은 2023년 이뤄진 대규모 기술수출로 인한 이름값 덕분이다.

2023년 말 리가켐바이오(당시 레고켐바이오)는 선급금과 단계별 중도금까지 포함해 최대 17억달러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얀센바이오테크’와 체결했다. 얀센이 이 물질의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별도의 로열티도 받는다. 이 계약 이후 다수의 ADC 관련 기술수출로 매출 증가와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ADC 개발을 위해선 많은 돈이 드는데 작년 오리온그룹에 인수되면서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2024년 9월까지 누적 매출은 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87% 감소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예상 매출은 2117억원으로, 2024년 매출보다 62.8%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같은 기간 133억원 적자에서 608억원 흑자로 ‘급성장’을 예고했다.

비슷한 궤적으로 성장하면서 그 기울기가 더 가파를 것으로 보이는 곳은 에이비엘바이오다. 2025년 예상 매출이 853억원으로, 전년(395억원)보다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396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0억원대 흑자가 예상된다. 이 코스닥 상장사 역시 현재까지 기술수출로 돈을 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기술이전 대가로 받은 돈을 ADC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에도 더 높은 연구개발(R&D)비 부담 탓에 아직까지 적자다. 이 회사 이상훈 대표는 이번 JP모건 행사에서 신약 개발 프로젝트(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ABL111’을 적극 알렸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와 공동 개발 중인 이 프로젝트로 기술수출이 이뤄지면 자기 회사의 ADC 프로젝트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실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ADC 성장주에 투자할 땐 유의할 점이 많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즉시 주가가 폭발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단기 주가나 실적에 상관없이 막대한 투자금을 마련하느라 유상증자에 나서기도 한다. 증권가 관계자는 “유증은 대표적인 단기 주가 악재이지만 바이오 업체들에는 흔한 일”이라며 “바이오 투자는 자식들을 키우는 심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삼성바이오는 ADC 생산을, 셀트리온은 신약에 올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JP모건 콘퍼런스에서 ADC 관련 청사진을 제시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들어 ‘황제주’에 다시 등극했다. 작년 10월 이후 2개월여 만에 주가 100만원을 달성한 것.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은 중국 바이오 업체를 견제해 경쟁자 삼성 주가를 올려준다. 여기에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굳히면 대규모 투자 부담이 있는 바이오사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항체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ADC로의 사업 확장을 진행 중이며, 이번 콘퍼런스에서도 이를 적극 알렸다. 업계 관계자는 “ADC 신약 개발이 목표인 다른 관련주와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관련 생산시설 확충과 대규모 수주가 주된 목표”라며 “이 회사가 바이오업계의 ‘TSMC’로 불리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매출 기준 글로벌 4위다. 최근 유럽 제약사의 2조원대 위탁생산 물량을 받았는데 이 금액은 2024년 전체 수주액의 40%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년 대비 올해 예상 매출증가율은 15.9%지만 연초부터 대형 수주와 JP모건 행사에서의 추가 계약 논의로 이 매출 추정치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 글로벌 CDMO사의 영업이익률은 28.9%(2024년 추정치)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마진을 보고 HD현대와 오리온 등 오너 그룹들이 부랴부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은 16.6%로 추정된다. 지속적인 투자 부담에 2023년 30%에 육박했던 이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더 큰 낙폭이다. 이는 셀트리온이 ADC 개발 등 신약 개발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셀트리온은 이번 JP모건 행사에서 2028년까지 9개 ADC 신약과 4개의 다중항체 신약 등 13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막대한 R&D 투자로 현재보다는 미래에 베팅한 셈이다. 2024년 상반기 기준 R&D 투자비로 2000억원 넘게 지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투자비가 30% 넘게 증가한 국내 바이오 업체로는 셀트리온이 유일하다.



◆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 레거시의 반격 통할까
제약업계 ‘고인물’로 통했던 종근당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ADC에 사활을 걸고 있다. 레거시(전통업체) 중 ADC 분야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 중 하나다. 이를 위해 2023년 2월 네덜란드 ‘시나픽스’와 항체-약물 접합체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플랫폼 기술 3종의 사용 권리를 확보하면서 항암제 개발을 본격화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ADC로 인한 드라마틱한 매출 증가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올해 예상 매출은 1조6813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배당의 기반이 되는 순이익의 경우 2021년 424억원에서 2024년 1167억원(예상)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23년 이후 2년 연속 1000억원 이상 순익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당금을 계속 인상하고 있다. 2021년 연간 주당 배당금은 828원이었는데 2024년 기준 추정치는 1003원이다.

동아에스티는 2023년 말 인수한 자회사 ‘앱티스’를 통해 ADC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원숭이 등 동물실험을 끝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 신청을 앞두고 있다. 특히 앱티스는 ‘앱클릭’이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기술은 정확하게 약물을 암세포로 이동시켜 효능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인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런 레거시 제약사들은 ADC 이외에 수많은 의약품 판매로 순익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어 배당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다만 배당률만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동아에스티의 배당률은 1.23%로 종근당보다 다소 높지만 순익이 적자와 흑자를 오가면서 배당 역시 들쭉날쭉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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