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MG손해보험이 경영난으로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반발로 우선협상자인 메리츠화재의 실사가 지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매각이 불발될 경우 기업 청산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24만명에 달하는 MG손보 계약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MG손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실사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4~5월 중으로 MG손보 매각 절차를 매듭지을 계획이었다.

예보공사는 “지난 9일 실사단과 함께 실사를 추진했지만 노조 방해로 철수했다”며 “향후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할 경우 금융당국과 청산 등 정리방식에 대해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파산 방식으로 정리되면 보험계약자 피해가 발생한다”면서 “아울러 파산재단에 재고용(기간제) 되는 인력비율도 매각에 비해 미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각이 또 불발되면 대안이 점점 좁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모든 선택지는 다 열어놓고 있으나 청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MG손보가 실제 청산 절차를 밟을 경우 소비자 피해는 불가피하다. 보험사가 청산되면 보험계약자는 예금자보호 한도 내에서 해약환급금을 보장 받으나 저축성 보험 등의 경우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

가령, 20년납 100세 만기상품으로 1억원 암보장 보험료 납입을 완료한 계약자의 경우 계약이 해지돼 수십년간 보험료를 납부해 놓고도 암에 걸리거나 병원비가 필요할 때 제대로된 보장을 못 받을 수 있다.

또 해약환급금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보다 적을 수 있고, 기존 계약해지 후 새로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보장 범위가 ‘확’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기업보험은 예금보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계약자는 보험금을 전부 날리게 된다.



예보는 MG손보가 1947년 국제화재로 최초 설립된 이래 3번이나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기금투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이후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부실금융기관 지정 후에도 건전성 비율이 떨어져 신속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고용불안 등을 이유로 노조가 정리 절차를 방해하면서 메리츠화재의 인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3년 리젠트화재가 파산했을 당시에는 삼성화재 등 5개 보험사로 계약이 이전됐으나 현재로서는 계약 이전도 쉽지않다”며 “경쟁력이 없으면 퇴출시켜야 하는데 그간 계약이전을 하거나 부실회사를 오랫동안 유지토록 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보험사는 손해보험사 31곳, 생명보험사 22곳 등 총 53개에 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계약 이전을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제3자 인수도 안되는 상황에서 다행히 부분적으로 받아 가겠다는 회사가 나오면 처리를 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쉽지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