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1등공신 머스크, 사실상 공동 대통령?…향후 역할 주목
예산 '칼질'하는 정부효율부 수장…미 의회·유럽 정치에도 간섭트럼프 옛 책사 "머스크 사악해"…국내외 견제 움직임도 커져
임미나
입력 : 2025.01.21 02:01:00
입력 : 2025.01.21 02:01:00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취임으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새 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향후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머스크는 공식적으로 새 정부의 자문 기구인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을 맡고 있지만, 그가 이런 역할을 뛰어넘어 경제 전반이나 외교 문제에까지 언급하고 있고, 앞으로도 입김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점점 커짐에 따라 이를 견제하는 기류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트럼프 당선 이후 영향력·목소리 커진 머스크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을 위해 최소 2억5천만달러(약 3천649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진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의 '1등 공신'으로 떠올랐고, 작년 11월 5일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트럼프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장기 체류하면서 정권 인수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마러라고에서도 트럼프가 머무는 본관 근처의 별장을 빌려 사용하는 등 트럼프의 '지근거리'에서 머물러 왔으며, 최근에는 그가 트럼프를 따라 백악관에 들어가 집무를 볼 것이라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NYT는 DOGE 수장인 머스크의 사무실이 백악관 단지 내 행정동인 아이젠하워 빌딩에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머스크가 이끄는 DOGE는 정부 예산·지출의 대대적인 개혁을 목표로 하는 임시 조직이며 법무부나 국무부 등과 같은 정식 정부 부처가 아니지만, 백악관의 핵심 공간을 차지할 정도로 그 위상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의 두터운 신임을 업고 머스크는 국내외 정치에 점점 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미 의회의 임시예산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 간에 이미 합의된 내용에 제동을 걸며 "이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하원 또는 상원의원은 2년 내 퇴출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민주당에서는 "머스크가 진짜 대통령이냐"라는 조롱이 나왔고, 트럼프도 공개 석상에서 이를 언급하며 "새로운 거짓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에 대통령직을 양도했다'는 것인데 아니다, 아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진화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 이후 해외 정치에도 부쩍 목소리를 내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머스크는 근래 자신이 소유한 엑스(X·옛 트위터)에서 영국이 "폭압적인 경찰국가"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동당 소속 키어 스타머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영국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머스크는 또 독일 총선을 앞두고 지난 11∼12일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 전당대회를 엑스에서 생중계하는가 하면,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대담하며 유권자들에게 AfD에 투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유럽 각국 정부의 불만이 커지자 유럽연합(EU)은 지난 17일 엑스를 상대로 진행 중인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조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DSA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허위정보, 불법·유해 콘텐츠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를 의무화한 법이다.
◇ 미국 안팎서 '머스크 견제' 움직임도 부상 머스크의 힘이 점점 더 막강해지면서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부상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세력은 트럼프 당선인을 오랫동안 지지해온 미국의 원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구호이자 트럼프 지지층을 통칭하는 용어) 진영이다.
머스크와 마가 진영 간의 분열은 지난달 22일 트럼프가 인도계 IT 전문가를 백악관 인공지능(AI) 수석정책고문으로 임명하면서 불거졌고, 이는 기술직 비자(H-1B) 문제에 대한 논쟁으로 확대됐다.
마가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들은 트럼프의 잇따른 인도계 기용과, 머스크를 위시한 실리콘밸리 인사들의 H-1B 비자 확대 주장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한때 H-1B 비자로 미국에서 체류했던 머스크는 H1B에 반대하는 마가 진영에 "전쟁"을 선포하며 맞섰다.
이 논쟁은 트럼프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늘 그 비자(H-1B 비자)를 좋아했고, 지지해왔다"고 밝히면서 표면적으론 일단락됐지만, 머스크에 대한 마가 진영의 앙금은 여전한 분위기다.
트럼프의 옛 책사로 통하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최근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H-1B 비자라는 게 기술 권력자들이 이민 시스템 전체를 조작하는 것"이라고 비난해다.
배넌은 또 "머스크는 진정 사악한 사람이다.
전에는 머스크가 (트럼프 캠프에) 돈을 냈으니 참으려고 했는데, 더 참을 생각은 없다"며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넌은 극우성향 매체와 팟캐스트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트럼프 지지층 내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미국의 정치매체 더힐은 외국 정치에 간섭하는 머스크의 행보 역시 트럼프의 외교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대서양연안정책센터의 개럿 마틴은 "머스크는 엑스라는 상당히 큰 메가폰을 갖고 있고 이것은 상당히 유용한 도구이지만, 그의 야망과 목표가 항상 트럼프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며 엑스를 통한 여러 발언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폴란드 미국대사인 대니얼 프리드는 "외국 정부들은 트럼프 세계에서 권력의 균형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그들은 머스크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만, 그것을 반드시 (미국의) 정책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지배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는 미국 우선주의자들과 보수진영의 주류 양쪽에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in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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