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과급 희비…반도체 SK하닉 1천500%·배터리 삼성SDI 0%

삼성전자 DS OPI 14%…'불황' 정유업 성과급 내리막길 전망
한지은

입력 : 2025.01.26 06:00:04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직장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성과급 시즌이 다가왔지만, 업황과 실적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업황 부진을 겪는 배터리 기업은 '빈 봉투'를 받아 드는 반면, 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고대역폭 메모리(HBM) 날개를 단 SK하이닉스는 1천500%의 성과급을 받는다.

SK하이닉스, 지난해 매출·영업익 사상 최대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와 연간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며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시장 우위를 점한 HBM 기술력과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23조4천673억원으로 전년(영업손실 7조7천303억원)과 비교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3일 공시했다.영업이익률은 35%다.사진은 23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2025.1.23 xanadu@yna.co.kr

26일 업계에 따르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 수준인 기본급의 1천5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연봉이 1억원이라면 7천50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게 되는 셈이다.

AI 열풍 속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66조1천930억원, 23조4천673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썼다.

다만 SK하이닉스 구성원 내부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급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액수라며 불만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초과이익성과급(OPI)'을 14%로 책정했다.

삼성전자는 전방 IT 수요 부진으로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 수요 부진을 겪으며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 AI폰 '갤럭시 S25' 체험공간 오픈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가 AI폰 '갤럭시 S25 시리즈'를 만날 수 있는 '갤럭시 스튜디오'를 오픈한다고 24일 밝혔다.사진은 스쿨 키트를 활용해 '갤럭시 S25 시리즈'의 AI 기능 학습 체험이 가능한 '갤럭시 스튜디오' 모습.2025.1.24 [삼성전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갤럭시 S24 시리즈 판매 호조로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한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OPI 지급률은 44%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27%로 책정됐다.

실적이 부진했던 생활가전(DA)·의료기기·네트워크사업부의 OPI 지급률은 9%다.

지난해 최대 매출액을 경신한 LG전자는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 구성원에게 기본급의 최대 47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

가전과 함께 작년 실적을 견인한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 담당 VS사업본부는 가장 높은 510%의 성과급을 받게 됐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기본급의 80∼140%가, 기업간거래(B2B)를 담당하는 BS사업본부에는 공통으로 기본급의 50%가 각각 책정됐다.

LG엔솔 '파우치형 고전압 미드니켈 CTP'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 악화를 겪는 배터리 기업은 성과급이 줄거나 아예 '빈 봉투'를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월 기본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회사는 업황이 좋았던 2023년 성과에 따라 최대 900%를 지급해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했으나, 2024년 전체 평균 362%, 올해 50%로 2년 연속 규모가 줄었다.

삼성SDI는 전자재료 사업부(3∼5%)를 제외하면 OPI 지급률이 0%로 책정됐다.

삼성SDI는 2023년 영업이익 1조6천330억원을 기록하면서 2024년 초 배터리사업부, 전자재료, 본사(지원 조직)는 각각 32%, 18%, 28%의 OPI를 받은 바 있다.

잇따른 적자로 2023년, 2024년 성과급을 받지 못한 SK온의 경우 올해도 성과급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S칼텍스 여수공장 수소 생산 설비
[GS칼텍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유가 하락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낸 정유업계도 성과급 액수를 놓고 눈치를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GS칼텍스는 전 직원에게 연봉의 12.5%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GS칼텍스의 성과급은 2023년 연봉의 50%에서 2024년 40%로 감소한 뒤 올해도 줄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는 아직 성과급 규모가 결정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 실적이 확정되지 않아 설 연휴 이후 성과급이 공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업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성과급 규모를 놓고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writer@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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